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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미세먼지. /경인일보 db

올해 수도권 봄은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과 맞물리면서 변덕스러운 봄으로 기록됐다.

3월엔 이상 고온이 지속했고, 4월엔 한파가, 5월엔 비가 자주 내렸다.

수도권기상청은 올해 봄철(3~5월) 기후를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기온은 변덕이 심했다.

3월 기온 7.9도로 관측(1973년) 이후 가장 높았다. 평년 기온보다 무려 2.9도나 높게 나왔다. 보통 4월 초인 봄꽃 개화(3월24일)도 1922년 이후 가장 빨랐다.

반면 4월은 한파와 초여름날씨가 동시에 나타났다. 5월은 최고기온이 21.5도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1.7도 낮아 역대 4번째로 낮았다.

올 봄은 강수도 잦았다. 봄철 강수량은 395.3㎜를 기록해 1973년 이후 2번째로 많았다. 3월 1일 발달한 저기압은 우리나라를 통과하며 가장 많은 비를 뿌렸고, 5월엔 대기가 자주 불안정해지면서 국지적으로 비가 내렸다 그쳤다 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5월 강수일수는 16.2일로 가장 많았다. 이는 평년의 8.4일 대비 1.9배나 많은 수치다.

봄철 이상 기온과 강수현상은 기압과 해류의 시너지로 나타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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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전반기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왼쪽)와 후반기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 /수도권기상청 제공

전반기엔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낮으면서 강한 극 소용돌이 현상인 양의 북극진동과 함께 제트기류가 고위도 지역에 형성하면서 찬 공기를 가두게 됐다. 이에 봄철 영향을 주던 찬 공기인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했다. 또 라니냐로 인해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하면서 대류(상승기류)가 활발했고, 이는 우리나라 인근에서 대류억제(하강기류)로 바뀌면서 이동성 고·저기압 발달에 기여했다.

하지만 후반기엔 일시적으로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우랄산맥 인근에 따뜻한 공기가 머물면서 블로킹현상이 발생해 차고 건조한 공기가 우리나라 인근까지 남하하기 쉬워졌다. 또 인도양·열대 서태평양에서 대류가 평년보다 활발하면서 필리핀해 부근에서 대류가 억제돼 평년보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했다. 이 기압대 가장자리를 따라 수증기가 다량 유입하면서 대기 불안정이 강해졌고, 이는 곧 강수로 이어졌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는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인도네시아 자바주 동부에선 홍수로 2천1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나왔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선 3월 18일부터 4일 간 1m 폭우가 내려 2명이 사망하고 4만여명이 대피해야 했다. 5월엔 중국 동부 장수성에서 20여명이 폭우로 사망했고, 미국 남부는 강풍·폭우로 3명이 사망하고, 5만여명 이상이 정전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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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5월 전 세계 이상기후 현상별 발생 위치/수도권기상청

3월 25일엔 미국 엘라베마주에서 토네이도로 5명이 사망했고, 인도 서부에선 지난달 19일 사이클론 '타우크태'로 12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1~2일 강원도에 90㎝ 폭설이 내렸고, 미국 북동부는 10㎝ 눈이, 미국 뉴욕주에도 5㎝ 눈이 내려 관측이래 가장 많은 4월 적설량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은 1968년 이후 가장 뜨거운 3월을 기록했고, 러시아 모스크바는 5월 최고기온이 30.5도를 넘으며 60여년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대만은 지난 3월 24일 56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찾아오기도 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