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아니라 하나 '강성친문 메시지' 분명
현재 정치수사·이슈는 대선과 직간접 연관
결국 중도층 이탈 가속화… 역시 정치는 생물

'조국'은 어느덧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그가 어떠한 의도로 책을 출간한 건지, 왜 하필 지금 이 시간에 그와 그의 가족의 혐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건지는 각자 해석의 영역이다. 그러나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통하여 강성친문 지지자들과 당내 강경 친문 의원들에 던지는 정치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밟고 전진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책이 "정치활동을 하기 위함도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파장은 민주당 내는 물론이고 여야의 소모적 대립으로 옮겨붙었다. 대선과 관련한 다층적 방정식과 관련한 전략적이고 도발적인 발제를 한 셈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인사들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조국 비호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그간의 일을 어떻게 떠올리고 집필하셨을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고, 정 전 총리는 "조국의 시간은 역사의 고갯길,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자식을 둔 아버지고 아내를 둔 남편으로 가슴이 아리다"며 힘을 실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 시민 개혁사"라며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당내 경선을 의식한 고육지책인지, 정치적 소신인지 알 수 없지만 중도층을 다시 불러모으기는커녕 중도층의 민주당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단계에서의 모든 정치수사나 이슈는 대선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는다. 조국의 시간이란 책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난 2019년의 조국 사태로 빚어진 분열과 갈등은 조국 가족의 재판 결과와 별개로 한국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고 진영대결의 깊은 골을 새겼다.
재보선 참패 이후에 쇄신에 천착하지 않는 친문 주류가 아직도 조국 이슈로 진영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를 이용하여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면 민심과의 괴리는 점점 깊어지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주 단행된 검찰인사는 친정부 검찰만을 중용하는 노골적인 정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민주당 등 집권 측의 행보는 국민의힘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박근혜 탄핵 사과, 민주화 운동을 운동권으로 폄하해 왔던 언행에 대한 참회, 재보선 승리와 이준석으로 표징되는 상상 이상의 전개 등 일련의 경로는 최소한 국민의힘의 족쇄를 해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다시 조국을 소환하여 스스로 조국의 덫에 갇히려 한다. 강성친문 의원들 몇 명이 주도하는 구조는 더 견고해지는 양상이다. 재보선 참패가 오히려 대선에 약이 될 것으로 믿었던 중도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은 주저없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민주당의 친문만 모르고 있다.
대선이 미래지향의 전망적 투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하나 현 정권이 민심의 이반을 결과할 때 선거의 속성상 대선 역시 회고적 심판의 경향을 강하게 띨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다. 선거는 프레임이 압도적으로 작동하는 게임의 특성을 가진다. 정권교체론이냐, 정권재창출이냐의 프레임 대결이 대선 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정권교체론이 과반인 여론 지표는 의미심장하다.
친문친화적 민주당이 강성지지자와 정당일체감이 강한 유권자를 포괄할 수 있겠지만 스윙보터와 20대의 지지를 복원할 수 있을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새겨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금과 3월 말과의 여론지형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역시 정치는 생물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