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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적 존재다. 백세 상수(上壽)가 현실화한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시대라 하지만, 백년이라는 긴 세월도 유한한 시간이다. 인생의 순간순간이 황금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 시간은 곧 생명이며 삶이다.

올해는 64일의 공휴일이 있다. 주말을 포함하면 휴일이 115일이 된다. 얼핏 휴일이 많아 보이지만 옛날 조상들보다 우리는 더 많이 일하며, 더 바쁘고, 더 여유가 없이 살아간다. 프랑스의 노동사회학자 보방(Vauban)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유럽에서 평민들의 노동시간은 연평균 180일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를 논 셈이다. 지금처럼 휴일을 법제화하고 시간을 국가적으로 관리하지 않았지만 날이 궂거나 덥거나 추우면 일을 할 수 없어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절대빈곤을 벗어난 사회의 다음 과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복지의 완성이다. 그런데 복지가 꼭 돈을 들이고,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생활을 보장해주는 복지도 필요하지만, 시간도 복지에 해당한다. 직업을 갖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봉급생활자들, 임금노동자들, 학생 등은 특히 시간적 약자들이다. 시간이 없기에 아파도 힘들어도 웬만하면 그냥 참고 산다. 또 좋은 공연, 영화, 경기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나지 않는다. 휴식시간도 부족한데 언제 이런 문화생활을 누리겠는가.

하루에 1시간 주어지는 점심시간도 빠듯하다. 직장 주변이나 구내식당에서 재빨리 식사를 해야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고 잠깐의 토막잠이나 짧은 산책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왜 꼭 점심시간이 1시간이어야 하는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30분쯤 더 주어질 수는 없는가. 1시간 30분이면 좀 더 먼 거리의 맛집도 가볼 수 있고, 쪽잠을 자거나 잠시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출퇴근 시간도 그렇다. 미세먼지가 많거나 태풍, 폭설이 예고된 날은 출근 시간을 30분 연장해주고, 문화가 있는 수요일 2시간 일찍 조기 퇴근을 실시한다면 주 52시간이라는 법정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6월 국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대체공휴일 법제화 문제와 함께 이런 '시간복지'(時間福祉)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