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는 토(土)의 형상으로 콧대가 시작되는 눈썹 사이 부위인 산근으로부터 시작하여 콧방울로 이루어져 길게 얼굴의 중앙부위에서 세로로 뻗쳐 있는데, 코의 종류와 크기 등 그 생김새는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코의 생김새가 어떻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로 숨을 쉬게 되는데, 코의 기능은 숨 쉬고 냄새 맡는 기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운의 작용력이 매우 강하게 지배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눈썹과 더불어 성형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코는 재물을 주관하니, 코가 좋아야 재물복이 좋은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또 관상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코가 재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코가 재물만을 상징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경제력이나 재물의 유무를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옛말에도 귀 좋은 거지는 있어도 코 좋은 거지는 없다고 했다. 코의 형체가 좋은 사람 중에 부자가 많으며, 코의 형상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재물운 역시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기준에서 바라보는 관점이기에 꼭 그렇다는 절대성은 아니다. 납작코나 들창코를 가진 사람 중에도 잘사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 경제력을 보고, 재물의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코의 형체만 갖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이며,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 바탕에 마음이 있고 기색이 있기 때문이다. 산이나 땅도 계절의 흐름에 따라 환경이 바뀌고 변화되듯이, 사람의 운명도 인생행로의 흐름에 따라 그 형상이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다. 코만 좋다고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코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고, 어떤 형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따라 길흉화복의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코 좋은 부자는 있어도 코만 좋은 부자는 없다'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기색론에서는 코가 어떤 모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코에 어떤 형상의 기색이 들어와 있는지를 분석가치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데 있다고 본다. 아무리 코의 형체가 좋아도 검고 탁하고 무거운 기색으로 가득 차 있으면 상품의 가치를 잃은 것이니, 아무리 부자라 해도 온전히 재물을 지켜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코가 볼품없이 생겼어도 기색이 황명하고 밝고 윤택하면 당장은 고단하고 힘들게 살아도 운기가 좋아지니, 나름의 부귀는 누리며 살게 되는 것이다. 코의 형체가 아무리 보기 좋게 생겼다 해도, 기색이 탁하고 어두우며 적기(赤氣), 백기(白氣), 흑기(黑氣) 등이 어지러이 코 주변으로 몰려들면 그간 쌓아놓은 곳간의 양식은 일순간에 먼지처럼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코에도 명운의 흐름이 담겨있어 운로의 형상에 따라 어떤 흔적과 결과를 남기게 되는 것이니,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느냐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코만 높이고 콧방울을 두툼이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가짜요 짝퉁이니, 남의 것을 가져다 붙여놓은 영혼 없는 장식품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외향적으로 보여지고 드러난 가치만 소중히 여기고 귀하다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세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세상에 나올 때 갖고 태어난 자신의 얼굴 모습은 자신만의 귀중하고 소중한 절대 가치이며, 자산인 것이다. 사람마다 뿜어내는 에너지는 모두가 다른 것이다. 사람마다 근본이 다르고 뿌리가 다르다는 것은 알면서, 외형적인 변화만으로 운이 바뀌고 좋아진다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폐단일 수도 있다. 어색한 대리만족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얼굴에는 코만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전부가 될 수도 없다. 코는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 말이 있듯이,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한 것이다. 사람의 명운은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그 틀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코는 삐뚤어졌어도 바른 마음에 재물의 의미를 담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김나인 한국역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