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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내 대한민국 온·오프라인 키워드는 '이준석'이었다. '36세 0선 이준석'이 보수 대표 정당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되자 국민이 놀랐고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사전 여론조사는 그의 당선을 예고했지만, 막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 워낙 충격적이고 신선해서다.

대한민국 보수, 진보 정당은 40대 정치군인들과 민주화투사들이 대립한 60년대 정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국의 청년 학도들이 4·19혁명으로 이승만을 하야시켰다. 이승만 공백의 혼란을 틈타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 나이가 44세였다.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저지하려 71년 대선 야당 경선에 나섰던 김영삼, 김대중은 40대 기수들이었다. 40대 후반인 육사 11기 전두환, 노태우는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다.

쿠데타를 감행한 40대 정치군인들은 권력을 탈취했지만 끝이 안 좋았다. 박정희는 측근에게 암살당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는 역사의 법정에서 영원한 피고이다. 70년대 40대 기수였던 김영삼, 김대중은 두 번의 군부정권이 종식되고 나서야 고목에 꽃을 피웠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거나 인내에서 싹 튼다는 오래된 경험칙이 최근 들어 갑자기 무너지고 있다. 친문 당원들로부터 '듣보잡' 소리를 듣던 0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화려한 스펙의 중진 후보들을 제치고 집권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 잡았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은 정권의 방탄조끼 역할을 거부한 이유만으로 정권교체의 선봉이 됐다. 보수정당은 민심과 힘을 모아 청년 이준석을 대표로 선출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 된다. 이재명, 윤석열에 이어 이준석을 호출한 민심은 대한민국 정치를 완전히 바꾸기로 작정한 듯싶다. 이준석을 통해 정치 격변을 눈치챈 정치권은 분주하다. 국민의힘 중진, 다선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를 신속하게 인정했다. 대통령은 축하전화를 하고 이재명 지사는 긴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벤치마킹을 서두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엄지 척' 분위기다. 정치판 전체에 혁신과 변화의 기운이 퍼지는 나비효과가 상서롭다.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샐러드 볼' 정치를 강조했다. 이념과 진영의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정치라 했다. 국민을 위해 멋지고 맛난 정치 샐러드를 내놓기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