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천470원이던 최저임금이 이듬해 7천530원으로, 16%(1천60원) 인상됐다. 역대 최대치 상승 폭이다. 올해는 8천720원으로, 4년 만에 35%(2천250원)나 껑충 뛰었다. 최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근로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제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소득주도성장론(Income-led growth)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서구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이 바탕이다. 높아진 소득을 분수처럼 분출해 소비를 촉진한다는 '소주성'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박해진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부의 경제 키워드도 혁신성장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커피점을 하는 자영업자 배훈천씨가 정부 경제정책을 두고 '무식·무능·무대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2일 광주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과 호남의 현실'이란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 자리에서다. 그는 "동네 장사하는 사람이 상호와 이름을 밝히고 나서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실명을 공개했다.
그는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강남이란 구름 위에서만 사는 자들이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오손도손 사는 자영업과 서민들의 생태계를 순식간에 망가뜨려 버렸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 "가계수입이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어드니까 시장의 활력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고 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중소상공인을 살리려면 김대중 경제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그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헛발질하지 않도록 공공부문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도 했다.
50대 자영업자가 실명을 내걸고 현 정부를 작심 비판한데 대해 반향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은 '시무 7조 조은산과 주부논객 삼호어묵을 잇는 재야 논객의 등장'이라 열광한다. 조은산과 삼호어묵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풍자콘텐츠로, '좌은산, 우삼호'라 불린다. 정부·여당의 경제·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은 귀가 따가울 지경이나, 이번엔 정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지역민이 실명으로 작심 비판했다는 점이 더 아플 듯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