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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등산용 로프를 연결해 몸풀기 체조를 하는 마을 주민들. (오른쪽)학생·학부모·교직원·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인천서흥초 숲 위원회. 2021.6.15 /서흥초 제공·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 남동초, 마을과 함께하는 치유학교

수건·나뭇가지 등 활용한 체조 놀이 흥미
장수천 동식물·교수법 등 배워 활동가로
"생태계 중요성 알리는 프로그램 만들것"

# 서흥초, 학교숲 교육 시범실천 지정

학부모·문화계인사·아동센터장 등 모여
'숲 만들기' 위원회 꾸려 2차례 회의 진행
노인·장애인 설문 의견 반영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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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학생들을 생태시민으로 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생태교육이 학교 밖으로 확산하고 있다. 학교 안 교육을 넘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태교육의 가치를 온 마을로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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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아간 인천 남동초등학교의 2층 꿈트리실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아닌 어른들이 모여있었고 공부에 한창이었다. 남동초등학교에 마련된 수업은 지역 사회에서 활동할 마을교육활동가를 길러내기 위해 마련된 과정으로, '마을과 함께하는 생태치유학교' 과정의 네 번째 수업(전체 11회차 과정으로 구성)이었다.

이날 수업은 '생태치유의 이해'를 주제로 진행됐다. 숲에서 할 수 있는 생태교육 활동을 배워보는 내용이었다. 동국대 생태계서비스 연구소 박미호 연구위원이 강사로 나와 자신이 진행해온 다양한 숲 생태치유 활동과 그동안 겪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공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남동초 학부모뿐이 아니었다. 인근 만수초등학교 학부모와 만수6동 주민자치회 임원, 만수동에 있는 작은 도서관인 와글와글작은도서관 이용자 등 학교 주변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박미호 연구위원의 설명 하나하나를 꼼꼼히 메모했다. 이날 수업에서 마을 주민들이 가장 즐겁게 참여한 대목은 몸으로 직접 따라 해보는 생태치유 체험활동이었다.

박미호 연구위원은 수건이나 등산용 지팡이와 등산 로프, 산에서 주울 수 있는 버려진 나뭇가지 등으로 할 수 있는 체조와 놀이를 알려줬다. 직접 시범을 보이고 참석자들과 함께했다. 마을 주민들은 숲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사실에 흥미로워하면서 놀라워했다.

수업을 마친 박미호 연구위원은 "좋은 지도자가 되어서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갖고, 아이들과의 즐거움이 나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들 주민은 오는 7월19일까지 생태치유와 장수천의 동·식물, 소래습지에 서식하는 게와 조류, 포유류, 교수방법 등에 대한 수업을 배우고 학교 밖 마을에서 교육 활동가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수업을 마친 주민들은 각자의 포부를 갖고 이후의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학부모이면서 남동구에서 그림책 놀이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조현주(41) 활동가는 "우리가 지금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이 지구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해 빚어진 일이다. 그만큼 우리 생태계와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수업에 배운 것을 토대로 아이들과 마을주민이 놀이를 하면서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주경(44) 남동초학부모회 회장은 "학교 행사를 진행하면서 마을 주변에 있는 장수천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학생들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면서 "학교 학생들과 마을 주변의 생태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동초 생태치유학교
나뭇가지와 등산 지팡이를 이용한 게임을 배워보는 남동초 주변 마을 주민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또한, 인천 서흥초등학교는 마을 주민들과 학교 구성원이 함께 학교 숲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시교육청의 학교 숲 교육 시범실천학교로 지정된 서흥초는 올해 기존에 조성된 학교 숲을 확대하고 학교 숲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서흥초는 학교 숲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다.

서흥초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와 지역아동센터 시설장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 학교 숲 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숲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하는 회의를 벌써 두 차례나 진행했다.

서흥초가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학교가 혼자 알아서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일을 굳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는 이유는 '학교 숲이 학교만의 공간이 아니라 마을 주민 누구나 누리는 열린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다.

서흥초는 학교 숲을 만들기 위해 숲 위원회뿐 아니라 학교 밖으로 나가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활동을 진행했다.

학교 숲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 중점을 둬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만든 질문에는 학교 방문 빈도나, 이용 시간, 또 숲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학교 방문에 어려움은 없는지를 꼼꼼하게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학생들로 구성된 '숲 동아리' 회원들이 정리해 학교 숲 위원회에 전달됐다. 서흥초 학교 숲 위원회는 조만간 학교 숲의 위치와 규모 등을 확정하고 조만간 설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정할 예정이다.

송한별 서흥초 교사는 "서흥초는 학생·학부모·교직원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학교의 주체로 생각하고 있다"며 "학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인정해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