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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무게가 평균 1.4㎏, 용적은 1천300~1천500cc다. 천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다. 뉴런 사이의 연접 부위를 시냅스라 하며 이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이 유리되어 뉴런 간에 정보를 전달하고 연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는 20~25세까지 성장하다가 이후부터 하루에 5만개의 뇌세포가 사멸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지고, 뇌기능이 약화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인간의 판단력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는 60~70세다. 희로애락 등 인생지사의 온갖 풍상을 다 겪고 생겨난 풍부한 경험이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을 가장 촘촘하게 연결시켜두었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급 인물들이 60~70대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도 다 뇌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다.

그 뇌과학 이론을 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대표로 36세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선출된 것이다. 한국 정치사의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쟁쟁한 당내 선배들을 제치고 의정 활동 경험도 전혀 없는 젊은이가 한국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이다. 최근 그가 보여주는 행보도 일단 신선하다.

이 대표가 선출된 이유는 분명하다. 젊은 대표에게 정치적 혁신과 새 희망을 찾으려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젊은 대표 선출의 정치적 파급력과 이벤트 효과에 대한 기대와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들의 은근하고 적극적인 바람몰이가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젊은 대표에게 거는 희망의 크기는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의 크기와 비례한다. 당내의 계파정치와 진영대결로 얼룩진 한국 정치 환경에서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30대의 젊은 대표가 어떠한 역량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로운 정치문화와 리더십은 젊은 대표 혼자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기에 안팎의 협조가 관건이다.

이 대표가 후배, 선배나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의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각고(後生角高)의 고사를 입증하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될지 계파정치와 진영정치라는 험준한 고지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구미월령(新鳩未越嶺)의 주인공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모순된 두 고사의 길항 속에서 젊은 30대 대표에게 거는 안팎의 기대가 크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