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설문조사 결과 '우려'
준비 못한 원인에 '인력난' 42.9%
"잔업없으면 그만둔단 직원들도"
현장선 '유연 적용 필요' 목소리
정부 '5~29인' 합의시 추가근무 허용
인천 미추홀구에서 작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늘어나는 매출에도 웃을 수가 없다.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에서도 높은 평균임금을 주고 있는데도 제조 공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내달부터는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해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A씨는 "인력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문이 늘어나 작업 시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내달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채용을 위해 노력하는 업체들은 52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등 정책이 유연성 있게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했다.
인천 서구에서 산업기계 부품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B씨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직원들의 근무 시간이 그만큼 짧아져 생산량이 줄고, 이익도 감소하게 된다"며 "대기업은 주 52시간제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주 52시간이 적용되면 잔업 2시간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잔업을 안 시켜주면 돈벌이가 안 되니 그만두겠다는 직원들도 있다"며 "IMF 이후 간신히 버텨왔는데, 정부가 기업들의 비용만 높이는 정책을 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7월 주 52시간제 적용을 앞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체 경영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력 충원이 어려운 중소기업 현실에서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생산량 감소, 원가 상승, 매출 축소 등으로 이어져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44%는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42.9%)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앞서 '주 52시간제 대책 촉구 관련 경제단체 공동 입장'을 내 영세 업체들의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며 계도 기간 부여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 사업장의 90% 이상이 이 제도를 지킬 수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며 위반 시 처벌 유예 등 계도 기간은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5~29인 사업장의 경우 관련 법규에 따라 내년 말까지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쳐 1주 8시간의 추가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량 폭증 등 예상치 못한 사유가 생길 경우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과로사 우려와 건강권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다"며 "장시간 근로 개선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