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33번의 방문 비로소 북극을 만나다┃ 김종덕·최준호 지음. 위즈덤하우스 출판. 236쪽. 1만5천원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북극곰, 빙산, 온난화 등 '북극'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하지만 북극은 수만 년간 인류가 흔적을 남기며 살아온 곳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간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는 북극에서 뿌리를 내리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관점과 그들과 함께하는 참여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의 저자인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부원장은 북극 전문가로 10여 년간 북극을 연구하며 33번의 현지 조사를 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북극 문제를 논의하는 '북극협력주간' 창설을 이끌기도 했다. 그와 함께 또 한 명의 저자인 최준호 중앙일보 과학·미래 전문기자가 북극 이야기를 발굴하고 정리했다.

책은 북극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온난화, 정치와 경제 등 북극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깊숙이 잠든 매머드를 캐내 상아를 팔아 먹고사는 사냥꾼의 이야기, 급격한 도시화로 생계가 막막해진 원주민의 이야기는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고 생태계가 무너지는 상황도 북극의 사람들에겐 '적응'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그린란드는 국토를 뒤덮은 얼음이 녹아내리자 수력발전소를 지었다. 반면 전통적으로 고래사냥을 해서 먹고 살았던 알래스카 최북단의 우트키아비크는 생계가 막막해진 원주민들의 자살률이 치솟기도 했다. 책은 얽히고설킨 온난화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은 북극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극은 이미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해관계의 최전선이다. 차가운 땅에 뜨거운 충돌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의 역할은 이해를 넘어 '관계'하는 것, 즉 그곳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책은 말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