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알프스에서 기원전 3천 년 이전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가 발굴됐다. 유럽 최고(最古)의 인간 미라 '오치(Otzi) 아이스 맨'이다. 전신에는 60개 넘는 문신(文身)이 새겨져 있었다. 비문은 손목과 발에 집중됐다. 이집트와 중국, 필리핀, 몽골, 러시아, 수단의 인간 유해에도 문신의 흔적이 다양하다. 연대기는 기원전 21C까지 거스른다.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 등 물감으로 그림이나 글씨 문양을 새기는 타투(tattoo)는 역사가 깊다. 중국 티베트에선 주술과 신앙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죄인의 몸에 찍힌 문신은 낙인이 됐다.
문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야쿠자일 게다. 수년 전, 태국으로 도주했던 야쿠자 두목이 문신 때문에 발각돼 본국으로 송환되기도 했다. 일본에선 '이레즈미'라 하는데, 용과 뱀, 호랑이, 독수리 등 무용(武勇)함을 과시하는 동물이 단골 소재다. 용맹함보다는 조직 보스에 대한 충성과 복종의 뜻이라고 한다.
20대 여성 국회의원에 의해 타투가 사회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잔디밭에 등이 드러나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노출된 등에는 다양한 문양의 타투가 그려졌다. 진짜는 아니고, 탈부착하는 스티커형으로 비눗물로 쉽게 지울 수 있다고 한다.
퍼포먼스는 류 의원이 발의한 타투업법 개정을 위해서다. 그는 "거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타투'는 아직도 불법"이라며 "30년 전 대법관들의 닫힌 사고방식은 2021년 대한민국의 기준이 되기에 너무 낡았다"고 비판했다. 눈썹 문신을 한 홍준표 의원도 동참했다고 전했다.
문신은 한때 병역기피 수단이었다. 혐오감을 준다며 면제사유가 된 때문이다. 용과 호랑이 문신은 기피와 혐오, 공포의 대상이었다. 얼마 전까지 일부 골프클럽에는 '문신 고객은 목욕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젊은 층에서 타투가 일상화되면서 부정적 시각이 퇴화했다. 머리스타일, 메이크업, 패션과 마찬가지로 외모를 가꾸는 도구가 됐다. 문신 전문업소가 흔한 세상이 됐는데도 여전히 불법이다. 20대 의원이 '타투를 허(許)하라'며 속살을 드러내는 용기를 냈다. 부끄러움과 부담스런 시선을 무릅쓰고 기성세대와 낡은 사고에 반기를 든 것이다. 여론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