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의류 판매 세액 확정전 인출
폐업후 미납세금, 명의자 떠안아
노숙자 등 사회적 약자 명의의 대포통장을 악용해 40억원이 넘는 세금을 포탈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형사부(부장검사·문영권)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조세 포탈 등 혐의로 범죄조직 총책 A(56)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B(42)씨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포통장을 이용해 41억원의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숙자, 은퇴자, 주부 등에게 1개당 50만~100만원을 주고 유령법인 대포통장을 만들었다.
A씨 등은 연 매출 97억원의 중견 의류회사로 위장해 '창고 대방출, 폐업 정리' 등 재고의류 판매 행사를 열고 유령법인 명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매출을 발생시킨 뒤 세액이 확정되기 전 수익금을 모두 인출하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이들이 세금을 체납한 채 법인을 폐업하면서 미납 세금은 고스란히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이 떠안아야 했다.
A씨 등은 2016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외 선물옵션 등에 가상 투자를 한 뒤 결과에 따라 환전해주는 도박성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도 운영했다. 고객들로부터 대포통장으로 1천10억원을 받은 뒤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줬고, 고객들의 손실금으로 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 등이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누고 범죄수익을 공유한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를 적용했다. 이들은 서로 가명을 쓰며 대포폰으로 연락했고, 차명계좌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우회 프로그램을 사용해 4~5차례의 경찰 수사에도 말단 조직원만 처벌받고 6년간 범행을 이어왔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 등지에 은닉된 현금 약 2억7천만원과 시가 1억5천만원 상당의 금·은괴를 압수하고, 범행에 이용된 유령법인 86곳은 각 소재지를 관할하는 9개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 범죄의 경향이 조직 폭력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범죄집단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규모 조직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