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항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어둠 속 반짝이는 불빛, 등대. 인천항 인근 팔미도엔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습니다. 1903년 생겼다고 하니, 2년 뒤면 벌써 120년이 되네요. 구한말 서구열강들을 태운 배도,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을 실은 배도 팔미도 등대가 밝힌 불을 보고 인천항으로 들어왔을 겁니다. 인천항을 드나드는 수많은 배들의 안전한 운항에 필수적인 요소였던 팔미도 등대. 오늘도 팔미도 등대는 불빛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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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친절한 인천 알림이가 되고 싶은 '경인이'입니다. /그래픽 박성현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친절한 인천 알림이가 되고 싶은 '경인이'입니다. 여섯 번째로 들려드릴 인천항이야기 주제는 '팔미도 등대'입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팔미도 항로표지관리소'. 이것이 팔미도 등대의 정식 명칭입니다. 

등대는 해가진 3분 후 점등해 해뜨기 3분 전 소등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매번 날짜와 시간을 확인해야 해 번거로웠는데, 지금은 자동화 시스템으로 작동된다고 합니다. 

팔미도 등대에도 20년치 일출 일몰 시각이 입력돼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엔 불을 켜야 하거나 꺼야 하는 시간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그곳에서 일하는 분은 아마도 정확한 답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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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등대. 앞쪽 작은 등대가 1903년에 만들어진 등대이고, 뒤쪽 큰 등대가 2003년에 만들어져 현재 운용 중인 등대다. /경인일보 DB

팔미도 정상 위치.. 50㎞까지 비춘다. 

팔미도 등대는 인천 중구 무의동 산 375에 있습니다. 팔미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합니다.

지금 운용되는 팔미도 등대는 2003년부터 가동됐습니다. 팔미도 등대 점등 100주년을 맞아 '팔미도 등대 종합정비사업'이라는 게 추진됐는데, 그 결과물입니다. 대형 회전식 등명기와 전망대, 100주년 상징 조형물, 위성항법보정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등대에 불을 밝히는 등명기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프리즘 렌즈가 장착됐습니다. 최대 50㎞까지 비추고, 10초에 한 번씩 번쩍입니다.

팔미도 등대엔 3명이 근무를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은 전문 자격을 갖춘 '항로표지관리원' 입니다. 이분들은 20일을 근무하면 9일을 쉽니다. 1명이 쉬는 동안 2명이 섬에 남아 12시간씩 교대로 근무를 합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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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등대. /경인일보 DB
   

우리나라 첫 등대.. 팔미도 등대

새 등대 옆에 작은 등대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것이 바로 1903년 만들어진 옛 팔미도 등대입니다. 2002년 2월 인천시 유형문화재 40호로 지정됐습니다. 지난해엔 사적 557호로도 지정됐습니다. 높이는 8m 정도이고, 기둥부 원형의 평면 지름은 5m 정도입니다.


이를 설계한 사람은 확실하지 않은데, 인천도시역사관이 펴낸 '문화재가 된 인천근대건축'을 보면, 덕수궁 석조전을 설계했던 영국인 하딩(John Reginald Harding)이라는 설과 일본인 이시바시 아야히코(石橋絢彦)라는 설이 있다고 합니다. 동시기 만들어진 다른 등대와 달리 팔미도 등대는 벽체에 콘크리트를 사용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새 등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사용된 이 등대는 석유를 사용해 등댓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항로표지관리원들이 불을 밝히기 위해 매일 석유통을 짊어지고 날라야 했는데, 눈이나 비라도 내리면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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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밝히는 팔미도 등대. /경인일보 DB

 

열강의 등대 요구.. 인천항 길목 팔미도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 중국과 일본, 서양 열강 등의 배들은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드나들었습니다. 팔미도는 인천항 도착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섬이었습니다.


배가 인천항에 들어오려면 뱃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하고 덕적군도와 자월도를 지나 무의도와 영흥도 사이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북서쪽으로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하는데, 그 변침점에 팔미도가 있습니다.

인천 앞바다는 섬과 암초가 많고 조석간만의 차가 큽니다. 그만큼 배를 안전하게 운항하기 힘든 환경이죠.

열강의 선박들이 안전하게 조선을 드나들기 위해선 등대는 필수적이었고, 열강은 조선에 등대 설치를 요구합니다.

팔미도에 등대가 만들어진 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조선으로 몰려오는 세계 열강의 길잡이 역할을 한 건데, 역사민속학자이자 등대 전문가인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등대를 '제국의 불빛'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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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등를 점검하는 항로표지관리원 /경인일보 DB

  

줄어드는 유인 등대..기능 다양화 '변모'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유인 등대는 모두 34개라고 합니다. 10년 전인 2010년엔 39개였는데, 5개가 무인화됐습니다. 유인 등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데요.

기술의 발달로 등대 운영장비 등이 첨단화되고 있는 게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전자해도를 이용해 주변 수심이나 암초와 같은 위험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장치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선박들도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교통 요충지나 독도 등 영토 끝 지역의 등대는 유인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유인 등대의 역할은 점점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불법조업을 감시하거나 해양 기상관측, 통신 인프라 관리 등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해양문화 관광지로서의 역할도 합니다. 해양수산부는 전국 9개의 등대를 '등대 해양문화공간'으로 지정해 운영 중인데요, 팔미도 등대도 해양문화공간 중 한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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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도 등대. /경인일보 DB

지금까지 인천항 길잡이 팔미도 등대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주말과 공휴일엔 연안부두에서 팔미도로 가는 유람선을 운항한다고 하니 한번 쯤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은 지키면서 말이죠.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