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뭘 해 먹고 살지' 분노 표출
벼랑경쟁에 집값 급등 더 큰 박탈감
공정경제·평등사회로의 요구 반영
창업국가 등 세대 초월 해법 마련을
세대를 구분 짓기 어렵다. 어디서 세대의 경계를 나누어야 할까? 요즘 청년세대란 말이 핫한 용어로 등장하였다. 청년세대는 대개 젊은 20~30대 청년을 지칭하며 이들은 젊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특징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젊은 세대가 이준석을 지지한 것 같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이 한마디가 그 이유인 것 같다. "우리는 뭘 해 먹고 살지?" 이 물음을 주변 젊은이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이 단 한마디의 질문 속에 청년세대의 불안감과 분노가 서려 있다. 젊은 세대는 끊임없는 경쟁에 내몰리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 채용에 실패하면 취업 재수를 해야 하고 그마저도 어려우면 비정규직이나 알바로 생활을 꾸려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최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20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가장 기본적인 복지권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은 요원하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더욱 힘든 생활을 한다. 국가 전체의 삶이 중진국 이상에 도달함으로써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최근 집값의 급격한 상승은 청년세대에게 더 큰 박탈감을 불러왔다. 한치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청년들에게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준석 현상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86세대라 일컫는 민주화 세대는 진보든 보수든 이미 기득권층이 되었으며 그들의 국가경영정책은 젊은 세대에게 미래를 보여주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광풍 이후에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이 극한으로 내몰리면서 월가점령 시위와 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정치든 경제든 여러 분야에서 강력한 기득권층의 등장, 인공지능과 디지털 신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들의 등장은 부의 극단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시대를 열었다. 공정한 경쟁과 인간의 평등함을 배운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진입할 때 자신들이 배운 가치를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 직면했을 때의 무력감을 생각해 보라. 이것이 젊은 세대가 변화를 요구하는 실체이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와 노장년 세대는 계속 갈등만 해야 할까? 아니다. 대한민국이 행복한 삶을 누리는 희망찬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두 세대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젊은 세대의 질문인 "뭘 해 먹고 살지?"를 해결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공정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역시 '디지털 지식산업', '기존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 '바이오 농업 및 의료헬스산업', '문화와 관광' 등의 분야를 바탕으로 강력한 '창업국가'로 도약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붐이 네이버, 다음과 같은 인터넷 포털의 등장을 가져왔듯이 누구나 창업하고 망하고 또 창업하여 성공할 수 있는 창업국가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먹거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무교육, 반값등록금, 전 국민 의료보험 등의 정책을 실현하였지만 충분하지 않다. 젊은 세대에게 가장 시급한 주거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시장에 맡겨 놓은 주택공급을 대규모 공공주택의 공급으로 해결해야 한다. 청년의 일자리와 가까운 곳에 공공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대도시의 원도심에 그 지역의 공동체를 해치지 않는 공공주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 지역을 지정하여 대규모 택지를 조성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주택의 숫자는 늘어나지만 과연 젊은 세대에게 그 몫이 돌아갈까? 먼 곳에서 직장까지 또 다른 교통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를 설계하는 데 정답은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 우리나라의 자원과 경쟁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동원하여 국민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세대를 뛰어넘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모든 세대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이재우 미래학회 회장·인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