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팍팍한 세상을 잊기 위한 현실 도피형 영화나 미래 공상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친 이후부터 점차 최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극장가에서 사라지기 시작했고,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는 코로나로 인해 상처 입은 대중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극장가에선 점차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 잊고 있던 과거가 아닌 인지하고 있던 과거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여정 배우가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 '미나리' 역시 현실판 이야기를 담아내며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고 있다. 여기서 이민자 가족은 실제 영화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의 가족사로 알려졌는데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이민 열풍이 분 1980년대의 우리나라 상황을 추억하게 만든다는 평가를 많이 했다.
이에 힘입어 극장가에선 과거가 아닌 현재를 담은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가 약진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만해도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20일 기준(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으로 세계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로 거듭난 '그레타 툰베리'의 실화를 소재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예매율 3.1%를, 옥탑방에 사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은 7% 넘는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비록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아니지만 극복 가능한 현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스크린 속 작은 세상이다. 현실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담아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타인의 시선에서 현 상황을 냉철하게 담아낼 수도 있다.
/김종찬 문화체육부 차장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