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회동 빈손 후속만남 기약없어
이재명 대선 집중에 오세훈 확고
공모 무산땐 '3-1공구 카드' 우려
올 하반기 행방 가를 변곡점 전망
인천 서구 수도권쓰레기매립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이른바 '4자 협의'에 나섰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엇갈린 입장만 재확인했다.
인천시 최대 현안인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둘러싸고 인천시·서울시·경기도 간 치열한 논리 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올 하반기가 수도권매립지 종료의 향방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애초 인천시는 이번 수도권 광역단체장과 환경부 장관의 4자 회동을 통해 진전된 논의를 이끌어내고 그 내용을 공동으로 발표할 준비도 했었다고 전해졌으나, 결과적으로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연내 4자 기관장의 후속 만남은 기약이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매립지 3-1공구를 2025년 이후에도 더 쓰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 정책에 주도권을 쥐어야 할 환경부 또한 대선이 가까울수록 서울·경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기관장끼리 풀기가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현재 환경부와 서울시·경기도가 진행 중인 수도권 대체 매립지 재공모가 내달 9일 끝나면서 또다시 무산될 경우, 서울·경기가 2015년 '4자 합의' 때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현 3-1공구 연장 사용이나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 추가 사용을 주장할 수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4자 회동 다음 날인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도권매립지 연장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시 등과의 치열한 논리 싸움을 예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종료 시한이 2025년으로 예정돼 있으나 다행히도 용량의 여유가 있다"며 매립지를 더 쓰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2015년 4자 합의에서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 이행을 전제로 잔여 매립 부지 중 3-1공구(103만㎡)를 사용한다'는 조항에 근거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에 따르면, 매립지 3-1공구는 올해 2월 기준 폐기물 반입 가능량의 약 36% 분량의 매립이 진행됐다. SL공사가 3-1공구 설계 때 예상했던 포화 시점인 2025년 8월보다 더 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인천시가 4자 합의에서 3-1공구를 열어준 전제 조건은 '수도권매립지 사용 최소화 노력'과 '선제적 조치 이행'이다.
수도권매립지 3-1공구 반입량이 예상보다 적은 것은 서울시와 경기도 생활 폐기물 반입이 줄어서가 아니라 건설 폐기물을 포함한 사업장 폐기물 반입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으로,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용 최소화 노력과는 상관이 없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서울의 생활 폐기물 반입량은 4자 합의 이후 증가했다.
'인천 1호선과 서울 7호선 연장·조기 착공', '테마파크 조성사업' 등 주요 선제적 조치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등이 4자 합의를 근거로 매립지 사용 연장 논리를 내세우려면 주요 이행계획을 지켰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인천시는 판단하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단서 조항은 모든 노력의 과정을 단숨에 건너뛸 수 있는 무소불위의 조항이 아니다"라며 "이젠 수도권이 모두 한곳에 직매립하는 비친환경적 매립은 끝내야 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