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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근용 수도권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은 인류가 자원을 사용한 양과 배출한 쓰레기 양이 지구의 생산능력과 자정능력을 초과하는 임계치에 도달하는 날이다. 인류가 그 해에 주어진 생태자원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이후 당해 연말까지는 미래 세대의 몫을 가져다 쓰게 된다.

2000년부터는 생태용량을 10월이면 다 소진하게 됐다. 나머지 2개월은 미래 세대가 사용할 용량을 끌어다 쓴 셈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2016년은 8월8일, 2019년은 7월29일로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은 3월15일, 한국은 4월10일로 다른 나라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전 세계인이 우리나라처럼 먹고 입으며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1년 동안 3.7개의 지구를 사용하게 된다. 전 세계 평균은 1.76개로, 이는 곧 우리나라가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지구파괴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이를 산출해 선포했다. 경각심을 주고자 함이다. 또한 유엔 전 사무총장이자 코스타리카 출신인 크리스티아나 페게레스는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배수구가 절반쯤 열린 욕조에 유독한 폐기물을 쏟아붓는 것에 비유하며, 전 세계 195개 국가에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도록 설득한 바 있다. 기후변화 싱귤래리티(Climate Change Singularity·특이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제안한 개념으로 기술의 발전이 특이점을 지나면 비약적인 사회경제적 흐름이 온다는 개념)는 인간 활동에 의해 그 배수구조차 막히게 하고, 그 검은 물이 욕조 밖으로 흐르기 시작한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不可逆)적 상태를 부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굉장히 위험하므로 이를 막기 위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된다. 생물의 다양성이 무너지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짙어진 바다에서는 해양 생태계도 파괴되면서 식량난이 일어난다. 또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살 곳이 줄어들어 난민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2100년까지 지구온도를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에 세계 선진국들은 저마다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조치를 앞다투어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에너지·산업 등 각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감축하는 조처를 해 탄소의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걸 뜻한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속도를 늦춰줄 뿐 현재 진행형인 기후변화의 관성을 멈추진 못한다. 온실가스배출을 줄여도 최소 50~200년간은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기후위험을 사회적·생태적 시스템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사회를 '기후탄력사회'라고 한다.

이에 기상청은 '기후탄력사회를 위한 기상기후서비스 도약'을 2021년도 정책목표로 설정했다. 기후위기시대를 맞아 날씨정보를 세분화해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 정보도 과학적 정보에 더해 기후변화가 일상과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문별 영향 정보를 수집· 제공해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또 2100년까지 저탄소·고탄소 시나리오별 폭염, 열대야, 한파 등 극한 기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4월부터는 최근 30년간(1991~2020년)의 기후변화 경향을 반영한 '신(新)기후평년값'을 산출했다. 이 정보는 이상기후 분석과 농작물 관리, 공공건설의 적정 공사기간 산정, 기반시설 설계 등 여러 분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기후변화가 위기가 아닌, 인간과 기후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여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송근용 수도권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