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미디어도 세계 향해 '성큼'
한류, 해외에서 어떤 이미지인가? 가수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행보 덕분에 이전의 편견이 벗겨지는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있어 '한류'는 미지의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제작한 콘텐츠는 단편적인 이미지를 깨부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
지난해 말, 넷플릭스의 통계에 따르면 김칸비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스위트홈'이 8개국에서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기생충으로 인해 한국 작품에 관심이 많이 쏠린 상태에서 넷플릭스라는 거대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독점 공개됐다.
스위트홈은 그간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대체로 20대 여성층을 겨냥해 제작되었기에 한국 콘텐츠의 전반적인 매력 요소를 드러내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다양한 시청자층을 사로잡지도 못했다.
그러나 스위트홈의 경우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내용일뿐더러 캐릭터 또한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가 주요 역할로 등장한다. 최적의 시기에 폭넓은 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드라마가 공개된 것이다.
또한,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도 공개 당일 넷플릭스 세계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승리호는 한국에서 오랜만에 시도한 상업 SF 영화다. 내용 면에서는 진부하다는 평가를 피해갈 수 없지만, 그간 한국 영화 시장에서 SF 영화가 주목받았던 적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고려하면 밑져도 본전인 수준이었기에 시도 자체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말했다. 실제로 영어권 국가에 거주 중인 사람들은 자막에 익숙하지 않아 타 언어권 콘텐츠를 잘 소비하지 않고, 만약 시청을 하더라도 더빙 버전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고작 1인치인 자막으로 인해 건너가지 못하던 세계를 향해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다리를 건설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는 영화와 드라마에 그치지만 이후에는 예능, 다큐 프로그램까지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등장하고 성공해야 한다.
/용인 현암고 송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