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가치 높은 동식물 다수 서식
시암리·유도는 람사르 등재 요원
군사·문화재 중첩규제 피해 겪어
관광 명소화 등 양립 가능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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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장항습지가 지난달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습니다. 람사르 습지 지정은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을 보이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가치가 있는 등 국제적으로 생물 다양성 보전에 중요한 지역임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한강 하구에 있는 장항습지는 저어새,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 9종을 포함해 427종이 살고 있습니다. 한국은 강원 인제 대암산 '용늪'부터 장항습지까지 총 24곳의 람사르 습지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고양 장항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는 것을 보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이웃 도시의 민첩한 대응을 바라보는 김포지역 환경 운동가들의 심경은 복잡합니다. 한강 하구에서도 가장 보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시암리습지와 천연기념물 저어새 번식지인 김포 유도는 주민 반발에 부딪혀 람사르 등재가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지난 2006년 한강하구 60㎢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한강하구는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은 국내 유일의 자연 하구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5종(저어새·흰꼬리수리·매·검독수리·참수리)을 비롯해 보호가치가 높은 야생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국내 가장 큰 하구 습지입니다.

이번에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장항습지뿐만 아니라 김포 시암리습지, 유도, 파주 산남습지, 강화 철산리습지 등이 보호구역으로 포함됐는데 김포지역 습지는 23㎢(37.9%)에 달해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김포와 파주 쪽의 경우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면서 안보상 민간인의 접근이 엄격하게 통제돼 뛰어난 생태계와 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주민들이 람사르 습지 지정을 반발하는 이유는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국가하천·군사보호 제약에 더해 문화재보호구역까지 지정되며 중첩규제 피해를 겪던 김포 북부권의 반대가 극심합니다.

지난해 말 습지보전법이 개정되면서 람사르 습지 주변 주민 지원의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원 형태와 범위 등이 아직까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김포 지역 한강 하구는 서울 근교 입지와 빼어난 조망 때문에 난개발 우려가 있다면서 습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 생태 자체가 농산물을 비롯한 지역 경제 브랜드가 되고 인천·김포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상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알려져 주민들의 이익이 증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 사회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환경 보전과 개발 등에 따른 이익 증대 사이의 갈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포 지역 습지들도 이러한 갈등 사이에서 보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개발과 환경 보존은 서로 양립할 수 없을까요? 또 김포 지역 습지들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논의해보고,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지역들을 살펴보면서 환경을 지켜 나갈 수 있는 방법들도 생각해봅시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