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도상가 재임대를 금지하는 조례 개정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상인 간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 상인 간 갈등을 풀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운영된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도 합의점을 찾는 데 역부족이었다. 이에 지하도상가 상생협의회 소위원장으로 활동한 최용규 인천대 이사장에게 지하상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이미 1992년 9월 25일 초대 인천시 의원으로서 지하도상가 전대의 문제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하도상가를 둘러싼 갈등은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 당초 인천광역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에는 2002년 1월 7일 제정된 이래 관리인의 승인만 있으면 양도와 전대가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200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하 '공유재산법') 제20조에 의하여 양도와 전대가 전면 금지되어 있었으나 인천시는 상위법을 무시하고 조례로 양도와 전대를 허용해 오다가 행정자치부 등의 지적에 따라 2020년 1월 31일 조례를 개정하면서 그때까지 허용해 왔던 전대와 양도를 갑자기 전면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 문제의 위법함을 이제야 거론해 많은 시민들의 재산권을 불안하게 만든 중앙정부의 조치에 유감을 표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하도상가의 역할이나 기능도 많이 변했다. 지하도상가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법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지하도상가의 정의를 재정립한다면?
▲ 처음 지하도상가를 구상하고 건설할 당시에는 도로를 건너기 위한 지하보도를 건설하면서 건설재원을 마련하고자 민간사업자가 지하도상가를 조성해 일정기간(대략 20년)사용하고 기부채납하도록 한 것이 지하도상가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하상가 입구 부분 지상에 횡단보도가 지정되어 지하도상가는 보도로서 보다는 거의 상가의 역할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특히 인천에는 3천524개의 지하도상가 점포가 있는데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큼 발달했다. 나는 그 이유로 인천시가 2000년대 초부터 상인들의 자체 계획과 자금으로 사업환경에 적절한 대수선이 가능하도록 도와준 덕이라고 판단한다. 그 결과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전국에서 가장 뛰어난 영업환경을 갖춘 지하상가산업으로 발전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지하상가 사업자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상가가 된 것이라고 본다.
지하도상가의 기능이 도로보다는 상가에 방점이 찍힌 것 같다. 이것이 지하도상가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 앞서 얘기했듯이 지하도상가는 이미 도로로서 기능은 사라졌거나 부차적인 것이고 주된 역할은 집합상가이다. 따라서 지하도상가는 공유재산법에 의한 규율·규제 대상이 아니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의 조장 대상이 되어야 한다.이렇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하도상가를 분양· 매각해야 한다고 판단해 나는 시 정부에 지하도상가의 분양·매각을 여러 차례 건의한 적이 있으나 지하상가를 규제대상으로 여기는 인천시나 중앙부처는 당연히 매각에 부정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지난해 12월10일 국토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이하 '중토위')는 아주 중요한 수용재결 결정을 하였다. 다름이 아니라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인천-김포)건설공사를 하면서 배다리와 화수동 일원의 민간인 주택 밑으로 지하고속도로를 내는 사안에 소유자들이 동의하지 않자 한국도로공사가 신청한 재결신청에 대해 중토위가 지하부분에 별도의 구분지상권을 인정하는 재결(16수용1219 등)을 한 것이다. 이는 도로법 제28조에 정한 '입체적 도로구역'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사안의 경우에는 지하에 도로구역을 정하고 구분지상권을 인정한 것인데, 위 결정을 거꾸로 적용해 지상부분은 구분지상권을 가진 도로로 관리하고 지하부분은 도로구역에서 제척해 일반상가로 관리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즉 중토위 결정을 거꾸로 보면 매각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하도상가를 매각한 재원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 현재의 지하도상가 임차인들은 어떤 경우에는 모든 재산을 투자해 매입한 분들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분들로서는 재매수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부득이 재매수에 동의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분들에게 매각한 대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그 재원으로 부평역세권, 주안역세권, 동인천역세권 지하상가 인근에 면세점을 유치하고 거기에 외국인 쇼핑객들의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합당한 정책이라고 본다. 지하도상가 문제의 해법을 정리한다면
▲ 현재의 지하도상가 문제는 지금의 시 정부에서 시작된 문제가 아니라 안상수 시장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는 모든 시 정부가 방치한 문제이다. 또한, 이 문제는 인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지하상가가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가장 원만하고 합당한 해결방안으로 지하도상가를 매각해 상인들이 자체 발전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주면 되나 공직자들은 매각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적극적 행정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시의회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위 중토위 결정이나 내 법률적 판단에 비추어보면 지하도상가는 이미 도로가 아니고 상가일 뿐이어서 매각이 가능하고 이게 가장 합당한 방안임에도 중앙부처는 그렇게 해석하려 하지 않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정치가 필요하다. 시의회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즉 매각이 가능한 조례를 만들어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안되면 다시 재의결해 이 문제를 사법부로 가져가서 법원의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판결을 받고 나면 공직자들은 아무런 부담 없이 지하상가를 매각할 수 있고 그 재원은 위 제안대로 지하상가 산업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의 최종적인 해석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다.
나는 초대 시의원 시절이던 1994년 5월 12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천지역민영TV방송 신설과 관련한 건의문을 통과시켰고, 이 건의내용에 따라 당시 문민정부는 인천방송의 설립승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중앙정부는 인천에 민영방송을 설립할 의지가 전혀 없었으나 당시 시의회에서 결의한 내용대로 고(故) 최기선 시장이 중앙정부를 설득해 방송국 설립승인을 받아 낸 적이 있다. 이것이 시의회의 역할이고 정치권의 역할이다. 부디 시의원들의 분발과 시 정부의 협조를 기대한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