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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야권은 '문고리 3인방'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좌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3인이다. '문고리 권력'이란 권세가의 측근이나 권세가와 연결해주는 사람이 가진 권력을, 문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문고리에 빗댄 말이다.

이들은 '비선 실세'로 불린 최서원(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천거로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돼 정치적 동지가 됐다. 정권 후반기, 절대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좌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주군(主君)의 몰락과 함께 이들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정부를 비판하면서 문고리 3인방을 지목했다.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 비서관이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무능한 인물, 범법자로 채워져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고 했다.

김 수석은 장·차관 인사 때마다 구설에 오르면서 문책론이 불거진다. 장관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이 번번이 무산된 데는 검증에 실패한 그의 책임이 크다는 거다. 마침 전날에는 부동산 의혹이 쏟아진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이 사퇴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50억원을 대출받아 상가를 사들이고, 대지에 컨테이너를 놓고 '공실 상가'로 재산신고를 했다. 청와대는 투기는 아니라 했으나 불명예 퇴진은 막지 못했다. 이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불법 출금과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등에 연루돼 있다.

김 원내대표는 "권력자가 자신의 측근에 관대할 때 그 붕괴를 막을 수 없게 된다"며 경질을 요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당장 비서관을 교체할 것 같지는 않다. 권부는 임기 말 야당과의 기 싸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칫 레임덕이 가속할 거란 걱정에서다. 대체로 문고리 권력도 이 시기 정점을 찍는다. 피로감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전 정부 문고리 3인방은 재판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 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데는 최측근의 증언이 결정적이다. 권력이 시한부이듯, 문고리도 결국은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