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보호시설 '거의 포화상태'
가정형위센터 임시입소 적지 않아
청소년 쉼터까지 알아보는 상황
"인프라·인력 뒷받침 없이 시행"
학대를 당했거나 그런 정황이 있는 아동을 학대 행위자와 떼어 놓는 '즉각 분리' 제도가 도입된 지 3개월이 됐으나 일선 현장에선 당장 분리한 아동을 맡길 곳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의 한 구청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A씨는 지난달 초등학교 2·4학년 남매를 즉각 분리하려고 했으나 아동보호시설 정원이 꽉 차서 애를 먹었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남매는 1년가량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단둘이 집안에 머물 때가 많았다. 남매 어머니는 일한다고 보통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3시간가량 집에 머무는 게 전부였다. 또 다른 친권자인 아버지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도움을 요청할 친인척조차 없었다.
결국 A씨는 이들 남매를 맡길 곳을 찾던 끝에 인천시교육청이 위탁해 운영하는 가정형 위(Wee)센터 문을 두드렸다. 이 센터는 학교폭력 가·피해자, 가정 폭력이나 방임 등으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학생을 3~9개월간 보호하는 시설로, 남매를 장기 보육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남매 어머니는 양육 의지가 부족해 남매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센터 측은 일단 남매를 받기는 했지만 A씨에게 "아이들은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장기 보육 시설을 가야 한다"며 다른 시설을 알아볼 것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인천에서 운영 중인 가정형 위(Wee)센터 3곳에는 이 남매처럼 아동보호시설의 정원이 차서 입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이 센터들은 최근 인천의 아동보호시설이 포화 상태라서 (분리된) 아동이 당장 갈 데가 없다"는 군·구청, 아동보호전문기관 측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인천의 한 가정형 위(Wee)센터 관계자는 "입소 학생 10명 중 2명이 아동보호시설 정원이 없어서 이곳으로 온다. 이 학생들은 보호자의 양육 의지 부족 등의 이유로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센터는 입소 기간이 한정돼 있으니 장기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이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이런 센터에서도 받아주질 않거나 재학생이 아닌 아동의 경우 '청소년 쉼터'에까지 문의를 하는 실정이다.
인천의 또 다른 구청에서 근무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B씨는 "학대 피해 아동을 보낼 곳이 없어 청소년 쉼터에 보내는 상황"이라며 "이곳 역시 자리가 부족해 경기도 부천과 시흥, 안산에 있는 쉼터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즉각 분리를 하기 전 재학대 위험이 커 72시간 동안 긴급 보호 조치해야 할 아동들은 그야말로 오갈 데 없는 처지라고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입을 모았다.
인천에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 2곳과 아동일시보호시설 1곳은 24일 기준으로 전체 정원(64명)의 93.75%(60명)가 차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아동보호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즉각 분리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미 예견된 문제인 만큼, 아동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들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원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8일 "즉각 분리 제도는 충분한 인프라와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다"며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아동, 청소년 보호를 맡는 부처에서 통합적인 전달 체계와 보호 서비스를 구축해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관계자는 "인천에는 오는 10월까지 서구와 남동구에 각각 정원 7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개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유진주 수습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