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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인천의 한 공원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말라리아 방역 차량에서 살포된 분무 형태의 소독약이 공원 안으로 쏟아지면서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소독약 냄새는 금방 공원을 뒤덮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1시 40분께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있는 '마리어린이공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온 주민 A(60)씨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공원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10여명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A씨는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왕좌왕하는데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사전에 안내 없이 약을 뿌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방역 과정에서 현장 통제나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게 화근이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일손이 부족했던 연수구 보건소는 방역 트럭이 공원 주변을 돌며 소독약을 뿌리는 동안 안내 방송을 하고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인력을 배치하지 못했다.

연수구 보건소는 "말라리아 방역을 담당하던 부서에서 코로나19 소독 업무까지 맡느라 인력이 부족해 공원 방역에 충분한 인원을 투입하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교육을 시행하고 주민들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방역에 쓰인 소독약은 물과 약품 원액을 300대1 비율로 희석한 감염병 예방용 살충제로 인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소독약에 들어있는 성분인 d-페노트린은 저독성 약품이고 허가된 성분이라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다"며 "그러나 주민들이 약품을 맞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었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