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사회는 온라인 거대 기업이
오프라인 시장 진입때 독과점 차단
상생방안 모색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노동시장 환경도 안정된 고용 위해
노동3권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필요


사본 -서진형 사진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
역디지털(逆 digital)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와 4차 산업시대에 공존하는 새로운 트렌드이다. 지금은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시대이지만 역디지털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개인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라는 거대하고 빠른 흐름 앞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산업구조,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변화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의 삶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국가나 사회에서 개인들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역디지털화는 온라인플랫폼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한 기업이나 조직들이 오프라인으로 변신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나 조직들이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디지털화라고 하였다면 반대의 개념이다.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나타났다. 우버는 세계적인 택시회사이지만 택시가 한 대도 없다. 에어비앤비는 세계적인 숙박 회사이지만 한 채의 숙박시설도 없다. 디지털 시대, 플랫폼 자본의 등장으로 자본은 소수의 엘리트와 초국적 기업에게 집중되고 있다. 노동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근로자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디지털시대의 근로자는 노동 3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인지 사업자인지의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의 근로자들은 0시간 노동, 클라우드 노동, 컨시어지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불안정한 고용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0시간 노동'은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고, 사용자가 요청할 때만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계약이다. 플랫폼(클라우드) 노동은 플랫폼(클라우드)에 등록된 사람을 사용자가 선택하여 일을 시키는 사업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업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사와 여기에 등록된 인원만 증가한다.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부를 축적한 일부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오히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다. 그래서 세상은 부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다고 느끼게 된다.

한편, 역디지털(逆 digital)시대에는 이렇게 디지털화로 구축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오프라인 영역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이다. 아마존 온라인 북스토어를 바탕으로 아마존북스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직방이라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이 오프라인 중개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기존의 오프라인 개업공인중개사들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동산분야도 많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관련 오프라인 기반 산업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기술력을 갖춘 디지털 기업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면 기존 오프라인 산업체는 모두 고사하게 된다. 고사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사업체에 예속될 수도 있다. 거대기업이 출현하면 독과점의 문제가 발생하고, 독과점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결론적으로 역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부의 편중, 소득의 양극화, 지역의 양극화, 기존 오프라인에 기반한 산업의 붕괴 등의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경제적 삶도 가난해진다. 이러한 개인의 가난한 삶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디지털시대나 역디지털시대도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변화여야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에서는 온라인 거대기업이 오프라인 시장에 진입할 때 독과점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상생방안을 모색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 환경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만연되지 않도록 하고,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