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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서울을 압도하는 1천3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전국 유일의 1천만 광역자치단체이자,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감당하는 대한민국 경제 중심지이다. 31개 기초자치단체엔 인구 100만을 넘는 대도시와 도농복합형 중·소도시가 공존한다. 대한민국 축소판이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민선 경기도지사들이 자동적으로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 주목받은 배경이다.

실제로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은 20년 넘게 이어졌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 높은 지지율로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던 그는 경선에서 패배하자, 탈당과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16대 대선 때는 새천년민주당 유력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경선을 강타한 노무현 돌풍에 분루를 삼켰다. 합리적 이미지로 기자들이 선호하는 대권 주자로 호평을 받았던 손학규 전 지사도 17, 18, 19대 연이어 대권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개혁보수를 자임했던 남경필 전 지사는 바른정당을 창당해 19대 대선에 참전했지만 역시 당내 경선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역대 경기도지사들의 대권 도전사는 등용문(登龍門) 통과에 실패한 이무기나 잠룡(潛龍)들의 엘레지로 얼룩졌다. 경기도지사직이 대권 잠룡들의 무덤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박약한 지역주의이다. 팔도 사람들이 다 모인 경기도는 지역주의 무풍지대이다. 도지사와 도민의 지역적 유대와 결속이 희박하니, 자기 집에서 먹고 들어갈 정치 밑천도 빈약하다. 게다가 이인제 말고는 대선 정국에서 여론을 선도한 인물도 없었다. 역설적으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로 작은 대한민국 경기도의 표심을 잡으면 전국을 호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오늘 공식적으로 20대 대통령 선거 도전을 선언한다. 성남시장 시절 19대 대선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던 때와는 정치적 체급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도지사직으로 자력갱생한 이후 여당의 지지율 1위 주자로 성장했다. 정치는 생물이니 예단은 금물이지만, 이 지사가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하는 최초의 경기도지사인 점만은 현실이다. 정치적 변방인 경기도에서 성장한 이재명이 여당의 정통적 후보들을 압도하는 장면이 낯설어 신선하다. 경기도지사 대권 도전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을 것인지, 도민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