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중반, 국민당 장제스에 밀린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은 홍군(紅軍)을 이끌고 대장정에 나선다. 18개 산맥을 넘고, 12개 강을 건너면서 전력 80%를 잃었으나 마침내 추격대를 따돌렸다. 9천600㎞를 행군해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에 둥지를 틀고 사령부를 세웠다. 마오쩌둥과 지휘부는 병사들과 함께 토담집에 기거하며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베이징에서 680㎞ 떨어진 촌구석 옌안이 중국공산당의 성지(聖地)로 대접받는 역사적 배경이다.
볼셰비키 혁명을 모태로 1921년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28년 뒤 중화인민공화국 창건까지 숱한 위기와 고비를 넘겼다. 반공주의자 장제스 군(軍)과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했고, 도중에 일본 군대와도 맞서야 했다. 마오쩌둥은 국공합작과 대장정, 농민 친화 등 탁월한 전략과 지도력으로 난관을 타개했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국민당과의 대결에서 승자가 돼 장제스를 타이완 섬으로 몰아내고 공산국가 건국을 실현했다. 사후 반세기가 지났어도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중국공산당은 당과 홍군이 국가와 군대를 만들고 운영한 특이한 경험을 했다. 탈냉전 파고에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했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지구촌 양강으로 미국과 패권을 다툰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1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자축행사가 열렸다. 4만여 명이 동원돼 붉은 물결로 덮였고, 스텔스 등 첨단 군용기들이 하늘을 수놓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날 중화 민족이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신중국 100년을 위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했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전면 건설이라는 제2의 100년 목표를 향해 힘차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들뜬 분위기와 달리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과 독립을 외치는 티베트 자치구 등지는 시위에 대비한 경계가 삼엄했다. 당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도는 갈수록 옅어진다. 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체제의 불안한 동거는 언제든 터질 시한폭탄이다. 미국 등 자유진영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점도 부담스럽다. 중국공산당의 미래는 알지 못하나, 이전 100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인 건 명징해 보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