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 "처벌 원치 않아"
바닥 방임 기소에 "떨어질까봐…
쓰레기 치우지 않은 적 없어" 부인

아빠의 학대 때문에 모텔에서 뇌출혈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된 여아의 엄마(6월16일자 6면 보도='모텔 뇌출혈 2개월 여아' 가족의 비극… 엄마 단독 인터뷰)가 법정에서 남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김상우) 심리로 1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상해 혐의로 기소된 최모(27)씨의 아내 김모(22)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남편이 아이를 다치게 했지만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씨는 이어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혼자 외출한 적이 없었다"며 "남편이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한 적도 없고, 함께 있는 동안 딸이 다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4월12일 오후 11시30분께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딸을 학대해 머리 등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3월21일~4월5일 중 아내가 외출한 사이에 모텔 객실에서 울음을 그치지 않는 딸을 학대해 다치게 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앞서 최씨가 4월6일부터 12일까지 모텔 객실에 쓰레기 등을 제대로 치우지 않고 내버려 둔 상태에서 자녀들을 방바닥에 키우는 등 방치·방임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최씨의 변호인은 공판에서 "피고인이 모텔에서 머물며 쓰레기 등을 쌓아 놓고 치우지 않은 사실이 없다"며 "아이들이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일부러 방바닥에 이불을 깔아놓고 키운 것이기 때문에 방임 행위가 될 수 없다"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지난해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전전한 최씨 부부는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딸은 올해 2월 한 모텔에서 출산했다. 생활고로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던 김씨는 4월6일 경찰에 체포됐다.

최씨는 모텔에서 아내 없이 홀로 두 아이를 키우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김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고, 딸은 아직 상태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