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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익스프레스의 'Hello ( ) World!'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숫자로 이뤄진 디지털 코드의 세계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쉽게 접하는 상품의 바코드부터 늘 쓰는 휴대폰, 컴퓨터 등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것이 바로 코드이기도 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오는 10월 24일까지 여는 기획전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은 이러한 코드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되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베른트 린터만, 페터 바이벨의 작품 'YOU:R:CODE'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여러 가지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현실에 가까운 이미지가 디지털 데이터 신체와 산업용 판독 코드 등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며 나를 구성하고 있는 코드와 나를 코드로 인식하는 디지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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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작품 '고속도로로 가는 열쇠 (로제타 스톤)'이 재해석되어 현대 작가들의 작품과 연결돼 있다. 로제타 스톤 모양의 바탕에 백남준이 즐겨 그리던 텔레비전, 자동차, 위성 등의 드로잉이 상형문자처럼 이어지고, 비디오에 관심 갖게 된 계기, 플럭서스 예술운동의 의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생각 등을 한·영·프·독·일어로 기록했다. 백남준은 아날로그적인 작업뿐 아니라 코딩 작업을 통해 여러 글과 작품에서 코드화된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 작품은 '언어는 해독돼야 할 코드'라는 점에 착안했다.

전시장 한쪽 천장에 매달려 있는 25개의 모니터는 우리가 24시간 함께하는 정보의 결과물들을 나타내고 있다. 페터 바이벨, 크리스티안 뢸케스의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라는 작품으로 일종의 컴퓨터 블랙박스를 보여주고 있다. 암호화폐와 위키피디아, 센서 등을 구성하는 데이터 날 것의 모습 그대로가 시시각각 모니터에 올라온다. 표면적으로 접하는 디지털 기기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무엇인지 생소하면서도 적나라한 모습이 펼쳐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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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 바이벨, 크리스티안 뢸케스의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전시에서 '오픈 코드'만큼이나 중요한 키워드가 바로 '공유지 연결망'이다. 오늘날 삶의 기반은 물론 예술 매개 방식 또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상당히 이동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러한 디지털 공유지를 매개하는 연결망으로서 미술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던지고 있다.

즉, 미술관은 예술 창작과 배움과 논의가 일어나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센터가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상당수 선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가 BNAG의 '플레이'라는 작품으로 이는 탁구대이다. 탁구대의 색깔과 표면은 양측이 서로 경쟁한다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을 구현했으며, 실제 관람객이 탁구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배인숙 작가의 '비트 스텝'은 관람객의 발걸음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작가가 설치한 건널목을 걷게 되면 걸음의 속도가 음악적 데이터 BPM으로 바뀐다. 작가는 다양한 비트의 K-POP 100여 곡을 수록했으며, 나의 발걸음 속도와 유사한 BPM의 음악이 모니터에 뜬다. 결과로 나온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비트가 맞게 된다는 것인데, 팬데믹 시대 걷는 행위를 통해 이동과 만남에 대한 의미를 환기시키는 작품이다.

서울익스프레스의 작품 'Hello ( ) World!'는 관람객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이미지를 직접 선택해 Hello World!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디지털 이미지의 순서와 조합에 따라서 나오는 결과물의 의미에 주목한 작업으로 이 역시 행위를 소통의 방점을 두고 연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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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메이크랩의 '유토피아적 추출'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 밖에도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백남준아트센터·김승범 작가의 '디지털 코드의 계보학', 언메이크랩의 '유토피아적 추출', 세바스찬 슈미크·실비오 로루소 '플랫폼 유령', 마틴 나달·세자르 에스쿠데로 안달루즈 '비터코인, 최악의 광부' 등 코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 센터 ZKM과 백남준아트센터가 공동으로 기획해 2년간의 연구 끝에 선보였다.

김윤서 백남준아트센터 큐레이터는 "디지털 코드로 된 세계의 이해뿐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서 둘 사이를 매개하는 미디어로서 컴퓨터 언어를 바라보고자 한다"며 "코드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게끔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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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숙의 '비트 스텝'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크리스티안 뢸케스 ZKM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형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작품을 읽고 소비하는 게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교류해 작품을 이해하도록 했다"며 "우리 일상이 된 작품의 주제를 실제로 보여주면서 작품과 미술, 관람객의 사이를 좁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