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홍콩서 소리 잃은 유일 필름 발견
9·10일 부평아트센터서 '라이브 더빙쇼'
영화 '이국정원'은 1957년 제작된 한국 최초의 컬러영화이자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상영 후 필름이 소실돼 영화학자들의 문헌으로만 확인할 수 있던 영화였다.
그러다 지난 2013년 홍콩의 한 창고에서 '이국정원'의 필름이 발견됐다. 하지만 영화 전체의 소리(사운드)가 유실돼 있었다. 다행히 함께 발견된 대본으로 소리를 잃은 영상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이 9일 오후 7시30분과 10일 오후 4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선보일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은 이 작업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영화 '이국정원'은 한국의 유명 작곡가가 홍콩의 미녀 가수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들이 남매일지도 모른다는 줄거리의 파격적인 멜로 드라마다. 1957년 한국의 전창근, 홍콩의 도광계, 일본의 와카스기 미쓰오가 연출을 맡았고 당시 영화계를 평정했던 톱스타 배우가 대거 참여했다.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은 이 영상에 배우 박시원, 이수안, 서현우, 김기창 등 실력파 배우들의 생동감 넘치는 대사가 더해지고 실력파 연주자로 구성된 재즈 밴드가 들려주는 영화음악과 어우러진다.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폴리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연 현장에서 박영수 폴리아티스트가 인물들의 발자국 소리, 자동차 문 닫는 소리, 심지어 천둥소리를 재현한다. 실시간으로 흘러가는 화면과 완벽히 '싱크'를 맞추는 효과음을 만들어내 관객들의 시청각적 만족도를 모두 끌어올린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영화 상영과 결합된 '라이브 더빙쇼 이국정원'의 작업은 연출가에게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일"이라며 "반세기를 지나 이 시대로 다시 소환된 이 과묵한 영화에 사운드라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실로 창작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고 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