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6개월 계도후 시행에도 참여 요원
환경부, 지자체에 단속권고뿐 과태료 '뒷짐'
7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이곳 경비반장 김모(68)씨는 페트병이 가득 담긴 포대자루 6개를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부 지침에 따라 투명 페트병과 일반 플라스틱용 자루를 따로 구분해 버리도록 해놨지만 포대 안에는 온갖 페트병이 뒤섞여 있었다.
투명 페트병을 선별해 라벨을 제거하고 찌그러뜨리는 작업은 결국 아파트 경비원들 몫이었다. 이날 수원과 화성 등 다른 경기도 내 아파트 분리수거장 5곳을 둘러보았는데 상황은 비슷했다.
김씨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칸에 가위를 달아놔도 라벨을 잘라 찌그러뜨린 주민은 10%도 안 된다"며 "분리배출을 요구하면 오히려 주민들이 항의하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달 26일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주민들의 인식 변화와 참여는 요원하다.
계도기간 동안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현장 안내를 중심으로 홍보를 진행했지만 정작 과태료 부과 등 제도 동참에 필요한 강제성 있는 제재규정은 마련하지 않아 변화의 첫발도 못 뗀 실정이다.
워낙 예민한 문제다 보니 환경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기보다 한발 물러서 지자체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900억원 예산을 들여 자원관리도우미를 채용해 현장 계도에만 나서거나 지자체에 단속을 권고할 뿐, 과태료 부과와 같은 예민한 문제는 지자체에 맡겼다.
대부분 지자체는 조례 개정 등을 이유로 과태료 부과를 위한 근거를 아직 마련하지 않았고, 분리배출 위반 사항을 적발해도 현장에서 분리방법을 안내하는 정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부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관리가 잘 안 돼도 현재는 홍보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홍보에만 치중할 경우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미란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장은 "과태료 외에도 잘 참여하는 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시민들이 분리배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추가 대책은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공지영기자·고건수습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