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초 사건이 발생한 직후, 언론의 관심은 반짝했다. 사건의 형태가 정인이 사건과 매우 닮아있어서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경찰은 언론에 입을 꾹 다문 채 사건의 중요한 정보도 확인해주지 않았고 입양기관 등 민영이 사정을 알만한 이들도 숨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결국 관심도 사라졌다.
민영이 사건을 취재하는 일은 그래서 외로웠다. 취재할수록 고민도 깊어졌다. 워낙 외부활동이 적었던 아이여서 학대를 증언하거나 아이에 대해 말해 줄 사람을 찾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증언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 전화하고 찾아가 설득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모은 '사실'을 손에 쥐고도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과연 우리가 확인한 사실(fact)이 민영이 사건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사건과 무관하게 자극적인 보도가 되진 않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민영이 사건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이 괴로웠다. 사건의 불씨가 꺼질까 노심초사하는 와중에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들에서 연락이 왔다. 꼭 방송해야 한다는 약속을 다짐받으며 우리가 취재한 정보를 공유했다. 정인이 사건을 알린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와도 끊임없이 소통했고 엄마들이 민영이의 든든한 동아줄이 돼 주었다. 천신만고 끝의 일이다.
그렇게 매일 난관에 부딪혔다. 그래도 안간힘을 쓰며 여기까지 온 것은 민영이 때문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우리는 말해주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민영이에게 닿을 수 있다면 부디 툭툭 털고 일어나 너의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해야 한다.
/공지영 사회부 차장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