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근무체계 세분화·조직화
4~5개 마을 묶어 총 6개조로 편성
상황 경중따라 대기·출동·순찰 등
'내 이웃 지키기' 이장들 적극 나서
얼마 전 호우특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지만, 2013년 여름의 비 피해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서늘하다.
2013년도 비 피해를 두고 '기록적인'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다시 생각해도 그 여름의 끔찍했던 폭우는 그 단어로 가장 잘 표현되는 듯하다. 2013년 7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이천시 신둔, 백사지역에는 인접한 광주시와 이천시의 경계 지형까지 바꿀 정도로 큰 비가 내렸다. 7월 22일 내린 강우량이 202㎜인데, 시간당 최고 116.5㎜의 비가 내렸으니 폭우의 양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3명의 사망자와 함께 77세대 2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일 것이다. 신둔면민들은 호우 특보나 폭설 등의 기상예보 발표에 불안감을 느끼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2013년 수해 당시 수광 2리 이장을 맡고 있던 나 또한 그렇다. 해서 다시는 그런 피해를 겪지 않도록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18년부터 신둔면이장단협의회장을 맡으면서 이장단과 함께 면사무소의 재난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겨울철 눈이 오자 농가별로 가지고 있던 트랙터에 제설기를 장착하고 마을 안길에 쌓인 눈을 치운 경험은 이장단의 자발적 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여름 이장단과 마을 주민들이 폭우나 폭설 등으로 마을에 재해지역이 발생하면 일단 마을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중장비 투입 등이 필요할 때는 면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일을 처리하는 재해대응체제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해 예찰활동을 통해 다양한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용면리에서 고척리로 넘어가는 굴다리 통로가 폭우로 1m 정도 잠겼을 때 통행로를 확보한 사례나 지석리에서 큰 나무가 쓰러져 전신주를 덮쳤을 때 중장비를 투입해 신속하게 대처,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것을 막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로에 쌓인 낙엽을 제거해서 하천 범람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했다.
지난 해 태풍 마이삭이 우리 시를 덮쳤을 때는 시 본청 비상근무 직원들을 위해 협의회에서 간식을 마련, 위문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히 내 고향 신둔면뿐만 아니라 우리 시 전체가 재해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지난 6월에는 이장단 임원회의에서 예찰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근무 체계를 세분화, 조직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전체 이장들의 의견을 수렴, 28개 마을 이장들이 모인 가운데 논의를 통해 4~5개 마을을 1개조로 총 6개조의 비상근무조를 편성, 재해 예찰활동을 하게 됐다. 시 상황실에서 발령된 상황의 경중에 따라 조별로 대기, 현장출동, 순찰, 상황 전파 등의 활동을 한다. 재해예방을 위해 마을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아는 이장들이 움직이고 여기에 면사무소 직원들의 행정력이 더해지니 예찰활동에 거칠 것이 없다.
협의회의 재해예찰활동은 무엇보다 우리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이장들이 예찰활동에 참여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어느 한 두 사람의 의견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진심이 있어 가능한 게 아닐까? 2013년 이후 신둔면민들이 느끼는 재해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공감대, 노력 등이 오늘날 이장단협의회의 조직화된 활동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 내면에는 내 이웃을 아끼고 사랑하며 우리 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는 진심이 진하게 담겨 있다.
폭우와 폭설·폭염, 어떤 재난재해가 닥쳐도 우리 마을은 우리가 끄떡없이 지켜내겠다는 확신과 뚝심으로 오늘도 예찰활동에 나선다.
/김화영 신둔면이장단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