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박물관 사진) 정기공연_반딧불이의 모험 (2)
조명 박물관 정기공연 '반딧불이의 모험' 공연 모습. 2021.7.12 /조명박물관 제공

무대 위 1급 청정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역의 배우와 그의 인간 친구들이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치자 객석까지의 모든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캄캄한 암흑을 깨고 빛이 밝혀진다.

어린이 관객들이 탄성을 지르고 박수를 친다. 배우들은 화답하듯 미소를 띠고 1년에 단 하루 10분 동안 조명이 꺼지는 이유로 올해로 51주년을 맞이한 '지구의 날(4월22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양주시에 위치한 '필룩스 조명박물관'의 소극장에서 펼쳐진 뮤지컬 '반딧불이의 모험-세상을 밝히는 빛'의 한 장면이다.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상연하는 이 뮤지컬은 환경파괴로 인해 사라지는 자연과 생명을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하고도 쉽지만, 지금의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엄청난 효과를 가져 오는 '잠깐의 조명 끄기'를 알려주고 관객의 실천을 유도하는 수작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환경부에 따르면 10분간 소등은 30년생 소나무 403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탄소량과 비슷한데 무려 온실가스를 2천660㎏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인상적이었지만, 상연되는 공간이 가진 의미가 더해지면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조명을 끄자!'고 말하는 내용의 작품을 상연한 이 공연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조명을 개발하고 생산, 판매하는 조명기업 필룩스가 설립하고 운영 지원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필룩스는 2004년 양주시 광적면에 조명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을 설립했다. 이후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보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이혜선 작가의 '형광조각·形光Sculpture'이다. 바다 주변에서 쉽게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오브제를 수집, 금속공예 작업을 통해 다양한 조명으로 재탄생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014년부터는 또 박물관 내 소극장을 개관해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후원, 상영 중이다.

기업 이윤의 모범적인 사회 환원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필자는 여기서 나아가 '조명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조명을 끄자'는 내용의 공연이어도 팔길이 원칙으로 간섭하지 않고 이를 지원한 기업의 영리함을 많은 곳이 배웠으면 한다. 자본주의 시대에 기업에게 마냥 사회적 책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영리한 운영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지면 좀 더 능동적인 기업의 메세나가 이어지지 않을까.

문득 방안의 천정을 본다. 나도 이참에 지구와 인간을 함께 생각하는 기업의 조명으로 바꿔야겠다. 소등한 채 여름밤을 즐겨야겠다. 그 영리한 메세나에 기꺼이 반응하리라.

/조두호(양평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전문기자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