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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5월 광주시 퇴촌면 야산에 생후 3년생가량 반달곰이 출현했다. 인근 앵자봉 자락까지 행동반경을 넓히며 10여 차례 목격됐다. 경찰이 추적에 나섰고, 언론은 연일 중계방송을 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국민들은 손에 땀을 쥐며 결과를 지켜봤다.

며칠 뒤 엽사의 총에 사살된 곰은 사육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야생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간에 좋다는 쓸개는 경매를 통해 1천600만원을 받고 모 제약사에 넘겨졌다. 간 기능 개선 약품을 파는 이 회사는 탤런트 백일섭을 모델로 내세워 광고 효과를 극대화했다. 광주시는 판매 대금으로 '반달곰 장학금'을 만들었다.

지난 6일 용인의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가 탈출했다. 그중 한 마리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곰의 공격에 대비하라는 재난문자까지 발송되면서 지역이 뒤숭숭했다.

경찰은 당일 농가 인근 야산에서 한 마리를 사살했다. 한 마리 곰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사살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용해 나머지 곰은 발견하더라도 포획하기로 했다. 사육장 인근과 예상 도주로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포획 준비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웅담(熊膽)은 귀하고 비싼 약재로 대접받는다. 서양 의학도 곰 쓸개 핵심 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에 주목한다. 곰의 방광에 모인 소변을 재흡수해 간에서 완전 해독시킨 뒤 다시 단백질로 만들어내는 효능이 있다. 곰이 배설 없이 수개월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이유다.

정부는 한때 반달곰 사육을 권장했다.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르면서 사육장이 늘어났다. 그런데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면서 수출입이 금지되고 판로가 막혔다. 사육 곰은 10살이 넘으면 웅담 채취가 가능하도록 했으나 이마저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곰 사육을 막으려 중성화 사업을 했으나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다.

2012년에도 용인에서 두 차례 곰 탈출 소동이 있었다. 잡고 보니 복부 부위에 구멍 자국이 선명했다. 살아있는 곰에게 호수를 꽂아 쓸개즙을 강제 추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 탈출한 곰들도 쓸개가 아니라면 사육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무한 탐욕이 동물엔 재앙이 된다. 생태계를 망가뜨리고도 이상기후가 잦아졌다고 자연을 탓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