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예비경선 '이재명 對 반이재명' 구도
대선, 시대정신 관통 의제 발제하는 쪽 승리
여야 후보군, 적극적 정책 개진 찾기 어려워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승부의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상대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비교적 약체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망가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이명박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선거구도를 넘지 못한 결과다. 반면 선거에서 결정적인 부분이 선거 프레임이지만 프레임을 담아낼 만한 인물과 그릇이 빈약하다면 프레임을 통한 승리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대선 초반의 전반적 평가는 여야 후보 모두 포지티브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여당 경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견제를 위한 의혹 제기와 부자연스런 네거티브가 주를 이뤘고 야권의 최강 후보인 윤 전 총장은 반문재인의 안티 테제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를 노출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은 '압도적 승리와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보수, 중도는 물론 진보까지 아울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4일 이 지사를 향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발언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의 기시감을 느낄 정도의 퇴행적 이념 공세다. 선출직인 현역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겠는가.
선거 속성상 여야의 경선이 본격화할수록 정당 차원의 네거티브 공방은 물론 진영 내부의 후보에 대한 비난전도 고조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토론회에서도 두드러진 건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였다. 이 지사를 제외한 후보들은 본 경선 1차 투표에서 이 지사의 과반 득표 저지를 통해 2차에서 친문연대를 통해 승부를 뒤집으려는 선거전략으로 임할 공산이 크다. 이는 지난 19대 대선 때 이 지사와 친문세력과의 대립으로 형성된 정치지형이 배경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1997년 여당이었던 신한국당 경선에서의 '9룡' 대전도 1위 후보인 이회창 대 반이회창 구도였지만 민주계와 민정계 등으로 분화되어 반이회창 세력의 구심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세력이 반이재명의 조직화된 스크럼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선거연대와 단일화 등 연합정치적 측면과 네거티브는 현실정치의 주요한 변수이자 수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의제를 발제하는 쪽이 이긴다. 여당 경선에서 반이재명 연대로 일관하는 전략이나 야당이 반문재인 정서와 민주당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한다면 최종 국면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정권교체론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선 시민사회의 균열과 갈등을 쟁점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후보들 간의 논쟁을 통하여 유권자들의 주목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로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이 지사도 친문 프레임에서 자유로워질 때 정체성 정치를 통해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과감하게 민주당 정권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중도층의 관심을 대변할 때 정권교체론을 희석시킬 수 있고 본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여야에서 대선을 선언하거나 예정인 후보군이 20명을 넘는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정책 개진은 찾기 어렵다. 대선을 인지도 제고와 대선 이후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는 정치의 왜소화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대표의 원리와 민주적 책임성의 원리에 따라 시민에게 반응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부합하는 후보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정치학)·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