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정비사업 중심 순공급 한계
3기, 내년까지 6만여가구 사전청약
경쟁률 높아질땐 대기 수요자 포기
주택시장 뒤흔들 가능성 배제 못해
부동산 투기 수요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인식이 커졌으며 이에 주택법 전신인 주택건설촉진법을 만들었고, 서울 강남과 강북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서울 강남 일대가 대규모 개발된 바 있다. 1970년대에 조성됐으니 당시 입주했던 압구정아파트가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50년의 세월을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1980년대 전두환 정부에서는 신도시개발법으로 불리는 지금의 택지개발촉진법을 만들고 노원, 과천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들을 조성했다.
그리고 1990년대 들어서 노태우 정부 주도로 1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된다.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일대에 새로운 도시, 이른바 신도시가 조성된 것이다. 1기 신도시 개발을 기점으로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의 주택보급률은 86%에서 96%로 큰 폭으로 뛰게 된다. 신도시가 효과적인 주택 공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주거공간 위주의 신도시라는 한계점도 지니고 있다. 이후 2000년대에는 노무현 정부 주도로 판교, 광교, 파주, 김포 등을 중심으로 2기 신도시를 개발한다. 덩달아 주택보급률도 2007년 100%를 넘기고 2010년엔 101%에 도달한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주택보급률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딘데, 이는 1~2인 가구의 증가와 가구 수 분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수학적으로 해석하자면 분자에 해당하는 주택공급량과 분모에 해당하는 가구 수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공급의 효과가 과거만 못했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대에는 이명박 정부 주도로 강남과 위례, 하남 등의 보금자리주택지구 개발이 본격화한다. 서울 강남과 서울 인근에 위치한 그린벨트를 해제해 이른바 반값주택을 공급했던 정책이다. 이때 강남에 위치한 내곡, 세곡지구 등에서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에 주택이 공급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맞물린 주택시장이 상당기간 안정(혹은 침체)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을 사문화시키고 정부 주도의 주택공급을 상당기간 지연하는 결과를 보인다. 하지만 금융위기 국면이 지나고 저금리가 장기화한 가운데 2014년부터 주택가격이 우상향한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하남교산, 남양주왕숙, 고양창릉, 부천대장, 인천계양 등의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내놨다. 2021년 7월부터 본청약 1~2년 전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시작된 역사적 배경이다.
1~3기 신도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와중에 주택시장에는 여러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우선 절대적인 인구 숫자가 줄어들지만 주택 소유의 단위인 가구 수는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47년에 수도권은 100만가구, 전국적으로는 200만가구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과거에는 '내 집만 있으면 된다'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과 달리, 주택의 질(양질)에 대해 소비자가 신경 쓰기 시작했다. 편의성이 극대화된 아파트와 비아파트 사이에 양극화가 더 벌어지는 이유다. 게다가 도시의 노후화로 민간의 공급이 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공급이 이뤄지면서 멸실이나 조합원 물량을 고려한 주택 순공급 총량은 눈에 보이는 수준보다 적다. 이 때문에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기다리는 청약통장 1순위자가 1천500만명이 넘는다. 따라서 3기 신도시의 사전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걱정하기보다는 과도한 흥행 이후에 불거질 부작용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2년까지 6만여 가구의 사전청약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경쟁률이 100대1, 200대1을 넘는 상황들이 나온다면 대기 수요가 청약을 포기하며 기존 주택시장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