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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성(華城)이란 이름은 '장자' 천지편의 요(堯)임금 고사에서 나왔다. 요임금이 중국의 서북쪽인 '화' 지방을 순방할 때 이곳의 관리가 장수하고 부자가 되시고 자손을 많이 두시라고 축원을 하자 요임금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이유를 물으니 다자녀(多男子)는 걱정이 많고 돈이 많으면 번거로운 일이 많아지고 장수하는 것은 욕됨이 많기 때문이라 했다. 이른바 '화봉삼축' 고사가 바로 이것이다.

요임금은 중국사에서 최고의 이상사회로 꼽았던 요순시대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군주이자 성인이었다. 정조가 새롭게 축성한 신도시 수원성의 이름을 화성이라 한 것은 이 같은 고사를 인용하여 자신도 요임금 못지않은 태평성세를 이루겠다는 정치적 각오를 선언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동시에 이 화려할 '화'자를 선택한 것은 수원 구읍치인 화산(花山)과 발음이 유사할 뿐 아니라 신도시 수원이 번성하라는 뜻을 담아 이 같은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전에는 많은 자손 특히 아들을 많이 낳는 것을 큰 복으로 여겼다. 2019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0.918명으로 채 1명이 안 된다. 신생아는 30만2천676명인데 사망자는 30만5천100명으로 사망자가 신생아 출생보다 더 많았다. 높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은 국가와 사회의 위협 요소다.

지난 1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인구의 날'이었다. 저출산 고령화는 세계적 추세인데, 과연 지금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가 아이를 낳고 살기가 좋은 조건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살인적인 폭염에 집중 호우와 극단적인 가뭄 같은 온갖 기상이변으로 지금 지구촌은 몸살을 앓고 있다. 또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그칠 줄 모르는 전쟁과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군비확장과 무기개발, 극심한 빈부격차 등 애를 낳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가는 일도 벅찬 상황이다. 낮은 출산율은 단순한 인구감소, 인구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적인 문제와 긴밀히 연동돼 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노력해나갈 때이다. 자손을 많이 두는 것을 자랑이자 축복으로 여기는 그런 요순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