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이달 초 만 55~59세 국민은 7월 말부터 모더나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사전 예약을 받겠다고 했다. 지난 12일 예약접수가 시작됐으나 오후 들어 잠정 중단됐다. 185만여명이 접수를 마친 시점이었다. 접종 시점 보유 물량을 넘어선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던 대기자들은 허탈감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재고량을 밝히지 않았지만 물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예약을 받다 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은 185만명 분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534만명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는 무리수를 왜 강행했느냐는 거다. 누가 봐도 중단 사태가 뻔한데 말이다.
50대 후반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백신 예약은 14일 저녁 재개됐으나 불통사태가 재발해 또다시 불만을 샀다. 오후 8시 예약이 재개되자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상 대기시간이 140시간을 넘기도 했다. 접속 장애가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일부 대상자는 예약 재개 사실을 느닷없이 발표하고 직전에야 통보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 계획이 틀어지면서 40·50대 접종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차 예약을 못한 50대 후반 167만명은 빈자리가 생겨야 다음 달 7일까지 가능하고 아니면 9~14일로 늦춰진다. 50~54세 접종 일정은 당초 다음 달 9~21일이었으나 1주일 늦춰진 16~25일로 연기됐다. 40대 이하 접종은 8월 시작되지만 본격적인 접종은 9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천500명을 넘어서고, 접종 계획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K-방역에 불신·불만이 폭발 지경이다. 방역 4단계인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다 죽게 생겼다'며 차량시위를 벌였다. 비수도권도 2단계로 격상되면서 숙박 예약이 줄 취소되고 관광지 상인들이 울상이다.
자랑인 K-방역 성과가 무색해졌다. 청와대 방역책임자 경질요구에 '소통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엉뚱한 소리다. 초등생 수준 산수를 틀려 예약이 중단됐는데도 '물량 부족은 아니다'라고 한다. 백신 접종 계획이 차질을 빚은 이유가 뭐냐고 하는데 '백신 수급은 차질이 없다'고 동문서답이다. 백신 회사와의 비밀 유지 계약 때문에 물량 공급 일정을 밝힐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인내심을 시험하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