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이하이에서 인천으로 오는 '황금가교호'의 기적 소리를 시작으로 한중 간 새로운 우정의 항해가 시작됐다."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연설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황금가교호'는 인천과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를 잇는 한중카페리, 골든브릿지호를 의미합니다. 골든브릿지호는 한중 간 첫 카페리였는데요, 리커창 총리가 한중 관계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급할 정도로 한중카페리는 한국과 중국 간 인적·물적 왕래의 물꼬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한중카페리는 관광객과 보따리상들이 자주 이용하는 배로 유명한데요, 한중 수교(1992년) 2년 전인 1990년부터 운항을 시작한 걸 감안하면 벌써 30년이 넘었네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여객 운항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한중카페리와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중카페리는 1990년 9월 15일 처음으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한중 뱃길은 중국에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1949년 이후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는데, 1992년 한중 수교가 맺어지기 2년 전 최초의 여객 직항로인 인천~웨이하이 간 카페리 항로가 개설된 겁니다.
당시 비용도 저렴하고 한국인 승객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비자 발급이 가능해 한국 관광객이 많이 몰렸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배표를 구하기 어려워 한 달씩 대기해야 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중국과의 하늘길이 열리면서 관광객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는 보따리상이 채웠습니다. 카페리는 한국에서 산 물건을 재포장할 공간이 넓고, 휴대할 수 있는 수하물의 무게가 커 보따리상들은 비행기보다는 카페리를 이용했다고 하네요. 14시간이 넘는 뱃길이었지만, 2017년만 해도 연간 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카페리를 타고 인천과 웨이하이를 오갔다고 합니다.
2018년 인천과 웨이하이 항로에 새로 투입된 위동항운의 뉴골든브릿지7호는 길이 196m, 너비 27m, 3만1천t급의 큰 배입니다. 325TEU 정도의 적지 않은 컨테이너도 실어나를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인천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능허대 터(인천시 기념물 8호)는 378년 백제 근초고왕 시절 중국과 교역할 때 사신들이 이용하던 나루터였습니다. 당시 백제 사신들은 인천과 덕적도를 거쳐 중국 산둥반도에 이르는 '등주항로'를 오갔는데, 현재 인천과 웨이하이 간 항로와 비슷한 경로라고 합니다.

1883년 개항 이후 인천항의 첫 국제 정기 항로 역시 중국과 연결됐습니다. 인천개항 100년사를 보면 1883년 초부터 청국 상하이초상국(上海招商局) 난성(南陞)호가 매달 1~2차례 인천과 상하이를 정기 운항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인천과 웨이하이 등 중국을 오가는 한중카페리는 10개 항로에 달합니다.
인천과 웨이하이는 직선거리로 39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인천에서 제주까지의 직선거리 430㎞보다 가깝습니다. '산둥성에서 닭 우는 소리가 인천에서 들린다'는 말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천과 웨이하이 간 항로가 개설된 데는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도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둥성 내에서도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웨이하이는 인천과의 뱃길이 열린 뒤 '대(對)한국 교류의 거점'이라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한중 카페리 개통 이후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유통가가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한때 웨이하이엔 한국 기업이 1천800개, 교민 수가 6만명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지금의 웨이하이 모습을 만든 건 한국인들이라고 생각하는 현지 주민이 많다고 하네요.
한중카페리는 인천항을 '대(對)중국 수출 중심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수도권 공업단지에서 생산한 화물을 수출하려면 부산까지 운송해야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비쌌습니다. 한중카페리가 생긴 뒤 중국과 인천을 잇는 선박들의 항차 수도 증가하고 항로도 다변화했습니다. 인천항의 정기 컨테이너 항로 중 중국을 오가는 항로가 절반 정도 차지한다고 하네요.

한중카페리를 운영하는 한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한중카페리 여객 운송은 '0'이라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비행기와 달리 국제선 항로를 다니는 선박들의 여객 운송 여부는 정부가 언급조차 하고 있지 않아 답답함이 더욱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카페리에 타고 있는 선원들의 승하선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데, 선원들의 백신 접종 대책이라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조속히 해결돼 한중카페리가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경인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