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콩팥'이라 불리는 갯벌은
오염물질 정화·자정능력 갖췄지만
대규모 매립·간척으로 점점 사라져
다행히 정부서 연안습지보호 확대
유네스코 등재 추진 좋은결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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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
며칠 전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가 접한 유럽지역에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졌다는 속보가 떴다.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강과 저수지가 범람해서 인명 피해에 산붕괴, 건물피해가 컸으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평소 한 달여 기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100∼150㎜에 달하는 '물 폭탄'이 국지적으로 쏟아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예년보다 장마가 많이 늦게 시작되었으나 장맛비는 내리지 않고 연일 고온다습한 기후로 열대야를 기록하면서 무더위에 잠 못 이루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 자연의 진노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후위기 대책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다양한 생명들의 서식지인 자연을 보전하여 자연 스스로의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산림, 해양, 습지 등의 자연은 매우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서울대 연구팀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탄소흡수 역할 및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그 연구결과를 국제저명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회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전국 연안의 약 20개 갯벌에서 채취한 퇴적물을 연구했다. 그 결과로 갯벌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자연적으로 흡수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갯벌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육지의 퇴적물로 생성된 갯벌은 해양 생태계의 지속성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몫을 지닌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이라 불릴 만큼 육지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과 갯벌 생태계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는 희귀한 자연환경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화작용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고, 바닷가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일터이며, 철새들의 서식지이고, 사람들에게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소중한 보물창고이다.

이러한 갯벌을 예찬하는 그림책이 있다. '갯벌이 좋아요 (유애로 글·그림, 보림)' 그림책에서는 갯벌에 사는 온갖 생명체들이 등장한다.

갯벌에서 오랫동안 살아가던 꽃발게가 망둥이, 따개비, 갯지렁이, 은빛 소라 등과 그들을 잡아먹는 물새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쫓아간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잡으러가는 여정에서 갯벌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가는 꽃발게는 "나는 구름보다 갯벌이 좋아"라고 말한다. 모험을 마치고 조용히 갯벌로 돌아가는 꽃발게는 알 것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시커멓고 질퍽거리는 갯벌이 병들어가는 지구를 치유해주는 강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자연의 보물 창고인 갯벌이 대규모 매립과 간척으로 조금씩 사라져 갔다.

인천공항, 송도와 청라, 새만금은 모두 갯벌이었다. 지난 30년간 서울의 면적보다 더 넓은 갯벌이 간척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사라졌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에서 연안습지보호지역 확대와 갯벌생태계복원사업 확대(2019~2023)등을 추진하고 있어 사라지는 갯벌을 되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이라도 하듯 최근 정부가 '한국의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코로나로 연기되었던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가 2021년 7월 16일부터 31일까지 15일간 개최되고 있다. 부디 최종 결과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발표되길 바란다.

/최지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