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망설여" 일선 현장 열악
경기도 상반기 119신고 106만여건
수원 인력 128명 불과 '2교대 근무'
국가직 전환에도 '재정 반만 지원'
촌각 다투며 사람 살리는 일 중요

어렸을 적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과학자, 의사, 경찰, 교사 등 많은 직업이 등장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직업은 바로 '소방관'입니다. 만화, 동화책 등 아동 콘텐츠 중에 소방관을 주인공 삼은 것이 많은 이유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 우리가 소방관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길이 매섭게 치솟는 화재현장에 용감하게 뛰어들어가 불을 끄고, 위험이 도사리는 사고 현장에 진입해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아이들이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소방관을 존경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겐 아이언맨보다 멋진 영웅이 '소방관'이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실상 우리 영웅들의 삶은 녹록지가 않습니다. 특히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경기도 소방관들은 "여름휴가를 가는 일도 망설여진다"고 토로할 만큼 상황이 열악합니다.

경인일보 7월 13일자 1면(7월 12일 인터넷보도="여름휴가도 망설여"… 수도권 인구 쏠림의 양면, 구급인력 부족)을 보면 우리 영웅들의 씁쓸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수도권 인구 쏠림이 심화되면서 일선 소방서의 구급대원들의 업무과중이 심각합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차출되는 구급대원까지 생기며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제 막 6개월을 넘긴 올해 상반기의 119신고가 106만여건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신도시 개발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소방관이 해야 할 일은 급증합니다.
인구가 많은 수원은 전국에서도 구급출동이 가장 많기로 손꼽히는 지역입니다. 지난 1분기에만 2만7천585건을 출동했는데 수원시내 구급인력은 다 합쳐도 128명에 불과합니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구급의 특성상 3~4조가 2교대 근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죠. 한마디로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은 재개발만 무작정 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을 주목해야 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려면 이에 걸맞은 소방관 인력수급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소방의 오랜 숙제였던 '국가직 전환'때도 제기(2019년 11월21일 1면 보도=[이슈추적]'국가직 전환' 소방공무원 내부 기대와 걱정)됐던 것입니다. 지난 2019년 소방관은 지방직 공무원에서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됐습니다. 열악한 지자체 재정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더해지며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재정을 반만 지원하는 반쪽짜리 전환으로 갈음했고 소방인력 증원 등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여전히 지방재정에 떠맡기고 있습니다.
죽고 사는 일보다 세상에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촌각을 다투며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귀중한 일이 있을까요. 여러분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짓는 위정자라면, 무엇을 우선에 둘까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읽고 다함께 토론합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