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다. 많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해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통칭하자면 '신고 이후 절차에 대한 무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가정폭력 신고 이후 처리 절차'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경찰 대응을 단계별로 알아보자. 우선 112신고를 접수한 지역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가해·피해자 상태, 사안의 중대성, 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사건 접수, 긴급 임시조치 등의 조치를 한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 피해자들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사건 접수를 명시적으로 거부한다. 사건이 접수되면, 그 끝이 반드시 형사처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가 반드시 형사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어떨까.
가정보호사건이라는 제도가 있다. 가해자에 대해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행함으로써 가정의 안정을 회복하는 게 목표다. 수사관은 재발 가능성 및 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가정보호사건 또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다. 사건 처리의 끝이 반드시 전과 생성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해자 처벌만큼 중요한 것이 피해자 보호다. 경찰은 각서 여성청소년과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APO(학대예방경찰관)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로 단정 지을 사안이 아니다. 가정폭력은 엄연한 중범죄이며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사회문제이다.
/김용호 수원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