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빅데이터 강력한 도구로 활용
3D영상 수집 정부 정책 수립 지원
플랫폼에서 융복합된 새 국토정보
세상 어떻게 바꿔놓을지 새삼 기대
역사 속에도 빅데이터는 있었다. 11세기 영국 왕 윌리엄 1세는 잉글랜드를 정복한 후 '둠스데이북'을 작성하라 명했다.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양피지 책자 '둠스데이북'에는 영주와 비자유민 노동자 명단, 토지면적 및 변동내역, 토지 평가액뿐만 아니라 하물며 각 농가의 쟁기 수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전국적인 조사 기록은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사료라고 한다. 아마도 영국이 효율적으로 정복국가를 통치하고 훗날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있었던 것은 이 둠스데이북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관리 능력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시절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통치에 활용했던 윌리엄 왕의 혜안이 천년이 지난 오늘날의 빅데이터 시대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 무한히 쏟아지는 빅데이터의 가치를 '21세기 원유'라고 평가하고 있다. 고갈되지 않고 사용할수록 더욱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면에서 원유보다 낫다는 사람들도 있다. 빅데이터는 이미 부동산, 주식 등 자산투자뿐만 아니라 고객관리, 상품개발, 첨단의료, 국방, 치안 등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의사결정에 활용되고 있고, 민간부문은 물론 공공부문에도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첫 번째로 '데이터 댐 구축'을 선정한 바 있다.
'데이터 권력'이라는 말이 흔히 쓰이고 있다. 빅데이터가 필요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어떤 막강한 권력보다 빅데이터를 많이 가진 사람의 권력이 커지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온라인 유통기업 '쿠팡'은 누적된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상장과 동시에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대표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 이마트, 롯데쇼핑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기존 지표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업 가치평가에 말이 많았지만, 쿠팡 고객 데이터의 미래가치가 제값을 받은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새벽배송'서비스는 주문한 상품을 익일 새벽에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편리한 서비스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 기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의 중심에 빅데이터가 있다. 거래 주기, 선호 품목, 제품 평가 등 누적된 고객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재고 관리 기준을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한정된 물류창고를 채우고 비워가는 일이 새벽배송과 같은 유형의 비즈니스모델이 수익을 내는 키(key)이기 때문이다. 장부 가치로는 반영되어 있지 않지만 그간 쌓아온 어마어마한 고객 빅데이터가 미래 성장의 기반이 될 무엇보다 가치 있는 자산인 것이다.
한편 나도 모르게 내 생활이 데이터로 수집되고, 내가 접하는 정보가 우연이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걸러진 정보라니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나의 데이터는 이미 나의 의지를 넘어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아버지보다 빅데이터가 임산부 딸의 니즈를 더 정확히 캐치하는 시대다. 싫든 좋든, 나의 행동과 생각이 기록되고 있다. 멍하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지금 이 순간의 나도 어쩌면 빅데이터의 일부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과연 나는 오늘 부끄럽지 않은 데이터를 만들고 있는가!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서도 빅데이터 기술을 강력한 도구로 활용한다. 드론을 활용, 국토를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여 패널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하공간 정밀지도, 도로대장 등 국토와 관련한 타 데이터와 융복합을 통해 스마트 행정, 재해 예방 등 정부의 각종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사회를 선도하는 국토정보 플랫폼'이라는 LX의 비전에도 빅데이터 시대에 국토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플랫폼 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있고, 그 플랫폼에서 융복합된 데이터가 새로운 국토정보로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 놀라운 변화를 새삼 기대하게 한다.
/방성배 국토정보공사 경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