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롯데백화점~뉴코아 골목 위기감… 공실률 인천 평균보다 높아
"코로나 이전엔 상상도 못할일… 가게 내놓은지 두달째 계약 못해"
권리금 사라지고 임대료 낮추는 건물주들 '임차인 찾기' 애간장
인천의 대표 상권 중 하나인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 거리 일대 상가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거리 곳곳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은 지 오래고, 요사이엔 내놓으면 바로 계약될 정도로 인기 있던 '1층 상가'마저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21일 오후 찾은 구월동 로데오 거리. 유동인구가 많은 옛 롯데백화점에서 뉴코아아울렛까지의 대로변 뒤편 골목엔 '임대문의'를 입구에 써 붙인 1층 상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350m 정도 길이의 이 골목에서만 6개의 1층 상가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었다.
이 골목의 한 1층 상가를 내놓은 임대인은 "가게를 내놓은 지 2개월 정도 됐지만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게를 내놓은 것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영향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새 주인을 찾는 또 다른 1층 상가 담당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4평 정도 되는데,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보증금이나 임대료도 많이 싸지고, 권리금도 따로 없다"고 설명에 적극적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1층 상가가 비어있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월동 로데오 거리는 인천의 대표적 상권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1층 상가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어 일반적으로 임차인들에게 더욱 선호도가 높다.
때문에 임대 계약 종료 시점이 임박할 때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는 소식이 있으면 서둘러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을 위해 보증금과 임대료 외에 별도의 권리금까지 내야 했다. 권리금은 보증금의 10~20%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3층 이상 높은 층을 중심으로 '임대'를 써 붙인 상가가 늘더니, 최근 들어선 1층 상가까지 비어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구월 상권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9%로 인천 전체 평균 14.5%보다 높다. 간석오거리 상권 30.5%, 신포동 상권 24.5%에 이어 세 번째다. 이 때문에 권리금이 사라지고 보증금이나 임대료 수준을 낮춰 상가를 내놓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건물이 비어 있으면 건물 관리비를 고스란히 건물주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보증금이나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임차인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은 장사가 안 돼 힘들어 가게를 비워야 하고, 건물주는 새로운 임차인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차인과 건물주는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가 이들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