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개된 영화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고독사에 얽힌 이야기다. 주인공 존 메이는 런던시 구청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는 일을 하는 22년 차 공무원이다. 지인들을 찾아 초대하고 잊힌 의뢰인의 추억을 조각해 아무도 듣지 못할 추도문을 작성한다. 최선을 다해 망자(亡者)의 저승길을 돕는 그의 지나친 친절은 외려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
새로 부임한 상사는 무연고 사망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그 때문에 일이 밀리는 등 사유를 들어 그를 해고한다. 퇴사를 앞두고 신변을 정리하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의뢰인이 나타난다. 존의 아파트 맞은편에 살던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고, 처음으로 사무실을 벗어나 전국을 돌며 그의 삶을 뒤쫓는다. 망자의 딸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희망에 설레는데,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그의 노력으로 이웃 남자의 장례식에는 지인들이 찾아오지만, 주인공은 혼자된 몸으로 이승을 떠나게 된다. 쓸쓸하고 허무하게 끝날 것 같은 영화는 잔잔한 감동으로 반전 마무리되면서 한동안 멈추지 않는 여운을 남긴다. 누구나 맞이할 죽음을 소재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홀로 사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여성가족부의 조사 통계자료다. 성별로는 여성(53.0%)이 남성(47.0%)보다 많았다. 연령별로 70세 이상이 26.7%로 가장 많았고, 60대(19.0%), 50대(15.4%), 20대(13.6%), 30대(13.0%) 순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생과 죽음을 담당하는 주체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다. 그런데 무연고 사망자를 전담하는 공무원을 둔 지자체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다른 업무와 병행하고 사망자의 신분(기초생활수급자 여부)에 따라 담당 부서도 달라진다. 장례 절차는 민간 지원을 받는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기에 죽음부터 장례까지 절차와 소요 시간이 제각각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고령화와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고독사가 사회문제화한 지 오래다. 나이 든 세입자를 위한 고독사보험 가입이 필수 항목이다. 청소, 소독, 유품정리,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청소업체가 5년 새 15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도 피하지 못할 자화상인데, 고독사를 막을 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