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위 오빠 진술 신빙성에 무게
法 "살인의 고의성 충분히 인정"


식사를 제대로 주지 않고 대소변을 먹이는 등 초등학생인 8살 딸 A양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부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이들 부부의 범행 고의성을 인정한 데에는 한 살 위인 A양 오빠의 진술이 크게 작용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이규훈)는 22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 아동학대, 상습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B(27)씨와 그의 아내 C(28)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B씨 부부는 그동안 재판에서 A양을 학대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다. 엄마 C씨는 재판에서 A양이 숨진 지난 3월 2일 옷을 입은 채 소변을 본 딸을 옷걸이로 때린 적이 없고, 찬물로 샤워를 시키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양의 오빠가 경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한 점을 주목했다.

그는 4차례 조사에서 "원격수업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데 동생이 거실에서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엄마가 '얘 또 오줌 쌌다'고 했고, 옷걸이로 10~15차례 때리는 소리도 났다"고 진술했다.

또 "샤워를 한 동생은 화장실에서 떨고 있었고, 엄마는 물기를 닦아 주지 않았다"며 "엄마는 평소 동생을 찬물로 샤워시켰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양 오빠의 진술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판단했다. 사건 당일뿐 아니라 이전에 학대한 것에 대해서도 범행 도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말했고 피고인들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상처 사진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A양 오빠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B씨 부부는 지난 3월 2일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한 빌라에서 초등학교 3학년생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 부부는 A양이 숨지기 전까지 기본적인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A양이 대소변 실수를 했을 때에는 이에 대한 교정 노력 없이 온몸을 옷걸이로 마구 때리거나 대소변을 먹게 하는 등 학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만 8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극심한 체벌과 가혹 행위를 하면서 음식과 물도 매우 제한적으로 줘 끝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며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피해자의 사망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학대와 유기·방임을 멈추지 않은 점에서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숨져간 피해자가 느꼈을 고립감과 공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범행 강도와 범행 기간 등을 봤을 때 피고인들의 죄질은 극도로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