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확산은 새 위기를 예감케 한다
연쇄감염 여파로 백신접종 효과 미흡
BIS 부정예측도 '다시 세계금융위기'
대통령 꿈꾼다면 팬데믹후 세상 진단
대책 제시를… 집착·비난할 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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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쿄올림픽. 8월8일까지 339개의 금메달을 놓고 17일간 진행된다. 코로나19로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올림픽이 될 것 같다. 미국의 언론들도 '도쿄의 카오스'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에 한 번뿐이라는 생각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 선수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무관중의 도쿄올림픽과 4단계가 다시 연장되는 현실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다시 작년에 발표된 국내외 코로나 예측 보고서들을 봤다.

'V자형' 시나리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였다. 방역과 마스크를 통해 감염자 급증을 방지하면서 경제와 고용은 정상으로 돌린다는 시나리오. 그러나 실패로 끝났다. '레드 존과 그린 존' 시나리오. 그린 존은 신규 감염자 수가 제로에 가까운 상태이며, 경제활동은 나름대로 작동하고 있다. 한때 그린존이라고 불렸던 한국, 대만, 뉴질랜드 등이 꿈꾼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델타 바이러스의 확산은 새로운 위기를 예감케 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시나리오. 백신과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여 흐름을 단번에 전환시킨다는 것. 아직은 진행 중이다. 만약 실패하면 앞으로 3년 이상 '봉쇄와 댄스' 시나리오가 계속 반복될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의 변이가 확산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코로나의 변이를 적시에 막을 유효한 방법이 현재는 없다. 변이 바이러스는 최악의 '연쇄' 시나리오도 현실화시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식량과 생필품 부족으로 폭동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제결제은행(BIS)의 연례보고서에 비춰보면 부정적(downside)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전염병의 통제에 실패하고, 경제회복이 좌절되는 경우이다. 연쇄적인 감염의 여파로 백신 접종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더 엄격한 행동 규제나 봉쇄정책이 반복될 뿐이다. 재정정책의 효과도 제한적이며, 기업의 파산도 잇따라 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는 시나리오이다.

물론 BIS는 정반대의 긍정적(upside)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영국의 존슨 수상은 7월5일 델타 바이러스의 맹위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백신 효과로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감소한 점을 들어 규제를 해제하였다. 업 사이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통제로 회복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인소비가 확대되고, 기업의 손실도 제한되며, 인플레이션은 2%를 초과해도 일시적인 경우를 말한다. 바이러스의 진화나 대유행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향후 코로나가 일상적인 감기 수준이 될지. 변이 바이러스가 확대되어 우리의 기대와 달리 몇 년간 계속될지. 그 답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떤 전략과 액션플랜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가야 하는가. 이미 재택근무가 가져온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넓은 아파트나 자연이 좋은 지역의 집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팬데믹은 임금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와 경제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단지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임금구조로부터 탈피하고, 일을 하지 못해도 살 가치가 있다는 점들이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 소득과 같은 맥락이다. 이미 개인은 구매· 서비스·건강 등에서, 기업은 근로 형식·물류·R&D와 이노베이션 영역 등에서, 그리고 행정은 규제·공공 서비스· 지역과 도시의 관계 등에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징표들이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후보들이 과거에 집착하거나 상대 비난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예측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와 함께 최악의 플랜도 수립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사고를 바탕으로 과감한 정책을 만들어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19 이후 국가를 이끌어 가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갖추어야 할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자격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