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대권력이 세습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권력을 빼앗기는 순간 소멸되기 때문이다. 왕정체제의 왕이 권좌에서 쫒겨나면 왕조가 교체되고, 소멸된 권력의 권토중래는 불가능하다. 공산당이 절대권력인 공산주의에서 왕조 시대의 권력 세습이 발생하는 모순은, 공산당 중심의 절대권력 탓이다.
북한은 아예 김씨 문중을 공산당과 일체화한 주체사상으로 3대 세습 권력을 완성했다. 세습이 끊어지면 공산당도 없고 북한체제도 무너진다. 이는 김씨 일가만의 재앙이 아니라 김씨 권력을 떠받치는 기득권의 공멸이다.
중국은 문중 세습 대신 태자당, 공청단, 상하이방 등 3대 파벌의 협력과 견제로 공산당 세습을 이어왔다. 상하이방의 장쩌민→공산당 청년 엘리트들의 집단인 공청단의 후진타오→공산당 원로들의 후손 그룹인 태자당의 시진핑으로 주석직이 승계되는 식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주석직 연임제한을 폐지하는 등 장기집권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권력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무산계급의 천국이라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가장 봉건적인 권력 세습이 횡행하니, 지하의 칼 마르크스가 통곡할 일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노무현의 직계를 다투는 설전이 살벌하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의 적통이라고 강조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적통 운운 자체가 시대착오라면서도, 노무현 탄핵 여부를 시비하며 이 전 대표의 적통론을 부정한다. 김두관 의원은 '노무현, 문재인의 확실한 계승자'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의 맏며느리'를 자처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퇴행적 논란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원칙과 제도를 통해 작동한다. 사람이 제도에 앞설 수 없는 체제이자, 특정한 인물을 절대화하는 순간 위기에 봉착하는 체제이다. 박정희 후광은 박근혜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혈통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정작 대법원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판결은 불신하고 비판한다. 사람을 앞세우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을 밑에 두는 경쟁이라면, 민주당 경선은 민주주의 궤도를 이탈해도 한참 이탈했다. 거대 여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다. 정상궤도 복귀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