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와닿지 않겠지만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이 제정된 1991년이 원년이기 때문이다. 이 법에는 시·도 교육감을 두고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내용이 최초로 담겼다. 그러나 본격적인 교육자치는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을 선출한 2010년부터라고 할 수 있고 경기도는 1년 먼저 시작되었다. 주민 직선 교육감 시대 이후 경쟁하듯 시·도별 차별화된 다양한 교육자치 정책이 쏟아졌다.
경기도는 교육혁신을 통해 시민교육과 교육자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10월, 가장 먼저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지며 본격적인 교육자치의 출발점을 알렸다. 그동안 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이면서 정작 소외됐던 학생들의 인권을 교육과정에서 보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헌법과 교육 관련법,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도록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현장 의견을 받아들여 전국적 확산을 가져온 9시 등교는 학생중심이라는 교육 원론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이후 학교민주주의를 통한 학교자치 실현과 교육자치의 완성을 위한 정책과 로드맵이 펼쳐졌다. '학교민주주의'란 말조차 생소했던 시기에 교육부보다 먼저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고 학교자치팀을 만들어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민주시민, 통일시민, 세계시민 등 3개 교과서 10종을 개발하여 시·도교육청에 보급하고 실천학교를 통해 다양한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경기도 학교자치 조례' 제정을 통해 단위학교의 자치기구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전국 최초로 청소년교육의회, 몽실학교, 꿈의학교의 정책마켓에서 나온 청소년들의 정책 제안을 지난해 35건, 올해 53건을 경기교육계획에 반영하였다. 2015년 전국 최초로 경기도 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적용한 학교민주주의 지수는 기반 조성과 인식개선으로 학교민주주의를 추동(推動)하는데 기여했다는 정책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미래 교육 동향이 반영된 학교민주주의 지수 2.0을 개발하여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성찰 자료로 활용하도록 제공한다.
경기도형 학교자치는 경기혁신교육 3.0과 2030 경기미래교육 청사진과 맞물려 다양한 정책들이 모듈화되어 있다. 2021~2023 경기교육계획 등 모든 정책들은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에서 시작되었다. 이와 더불어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인사, 재정 자치를 위한 정책 지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교장공모제, 학교주도형 종합감사제, 학교업무 정상화, 교사와 마을교육과정, 미래형 공간혁신, 마을교육공동체, 혁신교육지구사업,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 모든 정책 추진에 교육공동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자치의 정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재난 사태로 단위학교에서 자율 결정과 책임 의식이 상충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혼란이 잠시 나타났다. 하지만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등을 통해 자치능력을 키운 교육가족들은 집단지성과 창의력을 발휘해 안정을 찾고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제를 갖추었다.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자치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 국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대로 이제 '구성원 간 인식 차이 극복을 위한 의사소통과 비전 공유로 참여를 확대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것이 교육자치 완성의 마지막 목표이다.
/이철규 뇌교육학박사·경기도교육청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