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 여러 포털 사이트를 오가며 뉴스를 검색하다 보면 수많은 외래어를 대면한다. 주요 뉴스는 올림픽·백신·캠프·드루킹·컬렉션·메가시티 등과 관련된 소식들인데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은 사례가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종합 검색 엔진을 뜻하는 포털 사이트도 외래어다. 세계화시대 소통의 편리성을 생각하면 외래어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되도록 우리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 국권과 나라말을 빼앗겨본 우리로서는 우리말, 우리 언어에 대한 중요성과 소중함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언어는 민족적 정체성의 핵심이기에 더 그렇다.
'훈민정음', 곧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시기·설명과 방법[解例] 등이 모두 밝혀져 있는 유일한 언어다. 특히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 한글의 편리성과 과학성에 탄복하나 평소 우리는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인 1926년 조선어학회 주도로 '가갸날'이라고 해서 훈민정음 반포일을 음력 9월29일로 정하고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했다. 그러다가 경성제국대학 출신의 천재 국문학자 김태준의 제자 이용준이 자신의 처가인 광산 김씨 종택인 긍구당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하고 이를 간송 전형필에게 기와집 10채 값에 해당하는 거액을 받고 넘긴다. 이후 해례본의 기록에 따라 1446년 음력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10월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1945년부터 기념식을 갖기 시작했다. 반면 북한에서는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으셨다"는 세종실록' 1443년 12월30일자 기사를 근거로 하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1월15일을 기념일로 삼고 있다.
필자는 조선어학회가 1946년 보진재에서 영인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애지중지하며 소장하고 있다. 참고로 세종대왕이 친제한 서문의 "나랏말씀이 중국(中國)에 달라"에서 중국은 오늘날의 중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國)'의 '안(中)'이란 뜻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중국의 국호는 중국이 아니라 명(明)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우리말과 '훈민정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누구보다 공공기관과 언론에서 우리말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